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4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6일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으며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우 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 대통령실과 사전에 상의를 거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당에서 나오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그 요구가 나오는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는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우 수석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선거를 통해서든 임명을 통해서든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라며 “마치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들”이라며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후 여당에선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이날 입법·행정·사법 모두 국민 아래 있다는 헌법 1조의 국민주권주의를 강조한 것은 앞선 발언이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 우위론으로 해석돼 여당의 사법부 압박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는 걸 차단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 맥락에서 우 수석도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거취를 거론할 뜻이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서둘러 선을 그은 것은 의미 있고 바람직하다. 조 대법원장 사퇴론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국론을 분열시켜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도 부담만 될 뿐이다. 사법개혁은 물론 다수 국민이 뜻을 모아가야 가능한 내란 극복에도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여당도 이제 자중하고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숙의와 공론화에 집중하는 게 옳다.
사법부도 대법원장 사퇴론이 분출하기에 이른 작금의 상황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내란사건 재판과 사법제도 공론 등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비판적인 이들 다수도 헌정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일 뿐, 사법 정의·정도와는 거리가 먼 ‘조희대 사법부’ 행태는 국민 다수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