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용사 → 탈북자·새터민 거쳐
전문가 조언받고 연말 선정 계획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을 줄여서 부르는 탈북민이라는 용어를 북향민 등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북민 명칭 변경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학회가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 중”이라며 “전문가와 국어연구원 자문 등을 거쳐 연말까지 용어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사진)은 전날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 개관식 축사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탈(脫)’자다. 탈북, 어감도 안 좋다”며 명칭 변경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오신 분들이라 해서 북향민이 제일 (지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1997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북한이탈주민으로 규정한다. 현재 이를 줄여 탈북민이라고 부른다. 통일부의 연구용역은 탈북민의 대체 명칭을 선정하고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법률 용어도 변경할지 검토한다.
탈북민이라는 용어가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과 남한 사람들 인식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다. 북한이탈주민은 남북 체제경쟁이 치열하던 냉전 시기 귀순용사 또는 귀순자로 불렸다. 1990년대 북한 식량난으로 북한이탈주민이 크게 늘어난 뒤에는 탈북자로 불리기도 했다.
정 장관은 첫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2005년 탈북자 대신 새터민이라는 명칭을 도입했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러나 탈북민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새터민이 북한 체제에 대한 반대 때문이 아닌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북한을 떠났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북한을 떠나 제3국에 체류 중인 이들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통일부는 2008년 가급적 새터민 명칭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통일연구원의 탈북민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58.9%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명칭을 바꿔야 하는 이유로는 ‘용어의 혼란과 부정적 인식 때문에’(61%),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뿐 아니라 그 가족도 포함될 필요가 있어서’(19%)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선호하는 대체 명칭으로는 하나민(27.9%), 통일민(25.9%), 북향민(24.2%)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