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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성노동자 고 심모씨의 1주기를 맞아 동료들이 거리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생전 심씨는 성노동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생존이 죄가 된다면 바뀌어야 하는 건 사회 아닌가"라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외치던 사람이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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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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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추심에 숨진 성노동자 1주기 추모식···동료들 “우리 죽음은 사회적 죽음”

입력 2025.09.18 15:38

수정 2025.09.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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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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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노동자 심모씨의 1주기 추모식이 18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노동자 심모씨의 1주기 추모식이 18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성노동자 고 심모씨의 1주기를 맞아 동료들이 거리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심씨의 추모식을 하고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의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심씨의 제사상은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 차려졌다. 영정 속 고인은 앳된 얼굴이었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죽음으로 싸우겠다’고 적힌 손팻말을 든 고인의 생전 사진도 놓였다. 검은 옷차림의 동료들은 수척한 얼굴로 접이식 상 위에 과일과 전, 떡, 국, 소주와 캔맥주를 올렸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 뒤,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하니 사진을 바라보다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동료들의 기억 속 심씨는 만화영화 속 ‘캔디’ 같은 사람이었다. “밝고 씩씩하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살아가던 사람”이라며 “금방이라도 ‘언니’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는 추모사가 이어졌다. “남들에게는 하찮은 7900원짜리 티셔츠를 몇 년 만에 사 입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도 했다. 심씨의 지인은 “이혼하고 기저귀 찬 어린 딸을 데리고 마산, 포항 등을 떠돌며 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온 곳이 미아리였다”며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내 새끼 사랑한다’ 이런 글을 써놓고 집을 나섰을 때 심정이 어땠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 심씨는 성노동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생존이 죄가 된다면 바뀌어야 하는 건 사회 아닌가”라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외치던 사람이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노동자 심모씨의 1주기 추모식이 18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노동자 심모씨의 1주기 추모식이 18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그런 그를 끝내 벼랑 끝으로 몬 건 불법추심이었다. 홀로 어린 딸과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하던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대부업체에서 빌렸다. 그러나 빚은 한 달 만에 수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채권자들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고, 지난해 8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심씨와 가족 등 7명에게 87차례 심야 전화를 걸어 폭언했다. SNS에는 채무자의 얼굴과 가족사진까지 올렸다. 결국 심씨는 지난해 9월20일 대전의 한 펜션에서 사채업자들의 이름과 빌린 액수를 적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경찰 수사는 늦었다. 심씨 지인의 제보를 받고도 수사 착수까지 46일이 걸렸다. 심씨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며 불법 사금융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불법추심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심씨의 동료들은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정작 피해자인 성노동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현실은 외면됐다고 했다. 동료 김모씨(49)는 “우리는 4대 보험도 없고 신용도 없으니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사채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들이 “성노동자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외친 이유다.

미아리 텍사스는 2023년부터 재개발로 해체되고 있다. 철거가 완료되면 이 일대에는 지상 47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성노동자들과 세입자들은 강제 퇴거를 당했다. 철거 과정에서 집행관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잠옷 차림으로 쫓겨났다”고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제 압류 시 사전 절차에 소홀하고, 강제개문 뒤 안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 침해”라는 판단을 지난 9일 내놓기도 했다. 남은 이들은 성북구청 앞에서 주거권 보장과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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