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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전투기를 이겼다

입력 2025.09.18 20:06

전라북도 현 인구가 170만명 남짓인데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서는 2058년 국내외 여객은 105만명이 되리라 전망한다. 인구 감소는 물론 각 지자체에 공항이 즐비한데 무엇을 보고 이곳에 전 세계 비행기가 들락날락할까. 황당한 추산이다. 신공항 건설계획 취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1심은 사필귀정이다. 지난 11일, 전주에서 법원까지 한 달 동안 걸어간 ‘새·사람 행진’ 참가자들이 울 때, 나도 연구실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빛의 혁명 이후 오랜만에 정의의 빛을 보았다. 인간의 젖줄인 갯벌을 뒤엎고 돌아온 이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름다운 어촌들을 파괴하고, 선량한 어민들을 내쫓고 무엇을 얻었는가. 욕망의 환상을 좇는 새만금개발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판결문은 무법주의를 비판한다. 법정보호종을 포획·이주하는 방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반할 우려”가 있으며 “사업부지 및 인접 지역의 조류를 모두 포획하여 환경생태용지로 이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인 점”을 들어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건설을 위해서라면 법도 무시하고, 자연의 생물들도 인간 맘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사고에 철퇴를 내렸다. 그리고 신공항 사업부지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 역사적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정치인과 관리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먼저 전국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폐지해야 한다. 인천·김포·김해·제주 공항을 뺀 11곳의 지방공항 적자는 작년에 1000억원을 넘었다.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거기에 더해 8곳의 지방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다 공항을 모든 시군에 짓게 생겼다. 공항과 지역경제는 무관함이 증명되고 있다.

하늘에서 매일 비행기 1만200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기후위기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주범 중 하나다. 이 좁은 국토에서 우후죽순식 공항 건설은 유사시 군공항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현재 8곳도 민군 겸용 공항이다. 새만금 신공항 또한 미군 관할의 군산공항 바로 옆이어서 대중국 전초기지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라는 점이다. 생태계가 존속하거나 파괴되지 않아야 할 권리다. 학자들은 생태법인이라고도 한다. 환경법학자 박태현은 자연 전체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자연물에 법인격·권리를 인정하는 입법례를 든다. 전자는 에콰도르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명시한 헌법, 볼리비아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률’, 파나마의 ‘자연의 권리 법’이 있다. 후자는 뉴질랜드의 테 우레웨라의 원시림과 황거누이강에 부여한 법인격, 스페인의 석호법 등이다.(‘생태법인’ 연구, <자연물의 법인격>) 인간 활동의 다양성을 위해 법인을 세울 수 있듯이 자연 또한 법인격을 가질 수 있다. 법인에도 운영자·관리자가 있듯이 자연에 대한 법인도 후견인을 둘 수 있다. 다음 수순은 생태법인 입법이 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한 참여자가 ‘새들이 전투기를 이겼다’고 쓴 글이 잘 보여준다. 지구에 1억2000만년 전에 등장한 새는 고작해야 수백만년 전에 등장한 인류보다 오랜 생명과 지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새는 지구 전체가 집이며 고향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를 향해 1만㎞를 일주일간 쉬지 않고 날아가다 마른 몸을 충전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 새만금에 하강한다. 그들은 이 행로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꿈을 꾼다. 총탄·미사일이 난무하는 험난한 삶의 행로가 아니길 바라는 우리의 꿈과 같다. 자유를 향한 날갯짓은 인간 해방을 이끈다. 우리에게는 선주민인 그들을 내쫓을 권리가 없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 것이다. 새들의 항로를 침범해서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의 비극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백성을 절망에 빠뜨리는 정부의 항소는 멈춰야 한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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