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억울하면 특검에서 수사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전날 회동 의혹을 부인하자, 특검 수사를 자청하라고 한 것이다. 내란 특검은 현재로선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터다. 의혹 제기대로, 윤석열 파면 후 사법 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사흘째 근거 제시 없이 ‘익명의 제보’라며 의혹 제기만 이어가는 건 무책임하고, 이것이 여당 대표가 앞장설 일인지 묻게 된다.
이 공방은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그날 “사실이라면 조 대법원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했고, 17일엔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 직무를 수행하기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곤 18일엔 ‘억울하면 특검 수사를 받으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억울하면’이란 가정을 전제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의혹 해소 책임을 지우는 것은 현재로선 과도한 정치공세다. 4개월 전 유튜브에서 제기된 의혹에 새 증거가 있으면 제시하고, 익명의 녹취록과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기는 게 옳다.
민주당 3대특검대응 특위는 ‘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사건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위헌 논란이 제기된 내란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 국회 추천 몫을 법무부에 넘겼지만, 특위 차원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당론으로 확정하진 않았다고 했다. 위헌심판 제기시 재판 지연·삼권 분립 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걸로 보인다.
내란전담부 논의는 해괴한 법 논리로 윤석열을 구속취소한 지귀연 내란재판부가 자초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내란재판 담당 재판부에 법관을 추가 배치하고, 형사합의부 증설도 요청했다. 내란 전담 재판관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나, 성난 여론에 등 떠밀린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사법부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위태로워진다는 의미다. 여당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정치공세를 자중해야 한다. 자칫 그렇게 헛바퀴만 도는 대법원장 거취 공방은 사법제도 개혁과 검찰·언론 개혁 논의에서 세상 눈이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사법부도 국민적 지탄을 받는 내란 재판의 실효적 보완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사법개혁 논의에 적극 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조승래 사무총장이 18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