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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사망에 정부 책임 인정한 법원, ‘비닐하우스 삶’ 더는 없어야

입력 2025.09.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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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출신 속헹(당시 31세) 유족에게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과 건강 관리에 국가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건강·주거·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2부(재판장 김소영)는 19일 속헹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패소 판결을 취소하고 “한국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속헹이 죽음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국가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에서 유족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선발·도입한 만큼 입국 이후 생활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도 한국 정부가 외국인 기숙사 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을 인지했으면서도 속헹의 사업장 숙소를 한 차례도 점검하지 않은 건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국가가 책임을 다했다면 속헹의 죽음은 피할 수 있었다. 2018년부터 경기 포천시 한 농장에서 채소 수확하는 일을 한 속헹은 2020년 12월20일 영하 20도 한파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합병증’이었다. 일하다 생긴 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난방을 할 수 없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한파로 인해 혈관이 급격히 수축돼 파열이 진행됐다는 전문의 소견도 있었다.

속행의 ‘비닐하우스 사망’은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드러내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속헹의 죽음을 계기로 노동부가 2021년부터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으나 농업이주노동자들의 다수가 여전히 여름엔 에어컨이 없고, 겨울엔 난방이 되지 않는 임시가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저출생·고령화로 부족한 노동력을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들이 없으면 멈출 수밖에 없는 산업 현장이 부지기수다. 그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안전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건 국가의 책무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비닐하우스 삶’을 묵인하거나 방조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해 5월 경기도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차양막이 쳐진 숙소 비닐하우스로 퇴근하고 있다. 이 농장의 작업장 옆에는 대부분 이주노동자 숙소가 있었다. 권도현 기자

지난해 5월 경기도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차양막이 쳐진 숙소 비닐하우스로 퇴근하고 있다. 이 농장의 작업장 옆에는 대부분 이주노동자 숙소가 있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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