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2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다.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한다. 이번 순방은 새 정부의 ‘글로벌 실용외교’를 시험할 본격 다자외교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뉴욕을 방문하고 오는 23일 총 196개국 정상 가운데 일곱 번째 순서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12·3 불법 계엄 극복과 민주주의의 귀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직후 상견례 성격이었던 G7 회의와 달리 유엔은 북한을 포함해 거의 모든 국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고, 새 정부 시스템이 완전히 가동된 후 참석하는 회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돌아온 민주 한국,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 대통령들은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시작으로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해왔다. 특히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가 주요 의제로 올랐고,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만큼 후속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24일에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한다.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열리는 토의에서 이 대통령은 ‘모두의 AI’라는 기조 아래 국제사회 공동 대응을 강조할 예정이다.
민생경제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경제 외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오전 뉴욕 월가에서 열리는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 행사에 참석해 월가 금융계 인사들에게 정부의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투자를 요청할 계획이다. 위 실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 알려 연중 최고가 경신 중인 한국 증시에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활발한 양자 회담도 예정돼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이탈리아, 우즈베키스탄, 체코, 폴란드 등 5개국과 정상회담을 한다. 23일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사무총장의 지지도 당부할 계획이다.
미·중·일 정상과의 회담은 예정에 없지만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전초전으로서 각국 정상이 나란히 서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앞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역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식 환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 실장은 다만 “현장에서 간략히 조우할 가능성까지 있다, 없다 말씀은 못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