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 먹은 혐의로 지난해 1월18일 기소된 전북 완주군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 A씨 일러스트.
초코파이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인 간식이다. 시엠송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누구나 흥얼거릴 정도로 ‘국민 과자’가 된 지 오래다. 초코파이에 초를 꽂아 생일 케이크를 대체했던 기억, 군 시절 먹던 추억 등이 어우러져 저마다 의미를 갖는 간식이 되었다. ‘정(情)’ 광고도 한몫해 초코파이 하면 자연스레 ‘정’을 떠올리게 했다. 덕분에 1974년 출시 이래 누적 판매량은 500억개가 넘었다.
초코파이가 때아닌 법정 다툼의 소재가 됐다. 지난해 1월18일 전북 완주군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경비) 직원 A씨가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 먹은 게 화근이다. 초코파이 450원에 커스터드 600원, 합쳐서 1050원에 불과하지만 사측이 절도 혐의로 신고해 1년8개월에 이르는 긴 송사가 시작됐다. A씨는 “평소 동료 기사들이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데는 노조 활동으로 미운털이 박힌 A씨에게 타격을 주려는 꼼수라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A씨 동료들은 ‘나도 꺼내 먹었다’ 하고, 초코파이·커스터드를 더 많이 사다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고 한다. 노조는 회사가 경찰에 제출한 CCTV 영상에서 A씨가 먹은 것만 콕 집어 신고한 정황을 수상하게 보고 있다. 회사 쪽에서 굳이 ‘처벌’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지난 18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허탈해했다. A씨가 무죄를 다투는 건 혐의를 인정하면 해고될까봐서라고 한다. 이유 여하를 떠나 초코파이 하나 먹은 걸로 법정 다툼까지 해야 하는지 씁쓸할 뿐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건 경찰과 검찰이다. 뭐하느라 일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는지, 1심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것도 상식 밖이다.
10여년 전에도 800원·2400원을 각각 횡령한 버스기사 두 명이 해고돼 공분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다음 초코파이 재판은 오는 10월30일 열린다. 이번 송사엔 초코파이 먹고 해고에 맞닥뜨린 노동자의 눈물과 서러움이 배어 있다. 법의 규율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