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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년 데고 눌리고…지구의 장대한 역사, 변성암 한 조각으로 ‘압축’

입력 2025.09.21 21:04

수정 2025.09.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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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우리가 밟고 사는 지각 아래에는 오랜 시간을 견딘 암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변성암’은 이미 한 번 만들어진 암석이 지하 깊은 곳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나 모양과 성질이 바뀌어 다시 태어난 암석이다.

시간과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롭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사람처럼, 변성암도 지구의 극한 조건에 적응하며 새로운 구조와 광물 조합을 갖춰 나간다.

변성암은 기존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고온·고압 환경에서 물리적·화학적으로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온도에 따라 광물이 새롭게 형성되거나 강한 압력에 의해 광물들이 일정 방향으로 배열되며 특정한 무늬를 만드는 ‘엽리(foliation)’라는 조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변성작용은 특정 암석에 관입한 마그마의 열에 의해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접촉 변성’과, 판구조 운동 같은 이유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고온·고압 조건이 생겨 나타나는 ‘광역 변성’으로 구분된다.

접촉 변성의 대표적인 예는 ‘혼펠스’다. 혼펠스는 셰일이나 이암 같은 세립질의 퇴적암이 마그마 주변에서 급격한 열을 받아 단단하고 치밀한 조직으로 변한 암석이다. 광역 변성의 전형적인 예인 ‘편마암’은 깊은 지하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형성되며, 광물들이 재결정화하고 이들이 띠 모양으로 배열된 엽리를 보인다.

또한, 지하 깊은 곳에서는 열과 압력 외에도 강한 전단력(물체를 옆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힘)이 작용하는 경우 ‘동력 변성암’이 형성된다.

대표적인 예가 ‘압쇄암’으로, 이는 단층이나 전단대에서 암석이 강하게 뒤틀리는 힘을 받아 만들어진다.

변성암은 한국 전역에 폭넓게 분포한다. 서울 관악산과 북한산 일대에는 대표적인 광역 변성암인 편마암이 분포하며 충남 서해안 일대에는 비교적 낮은 열과 압력을 받아 편마암에 비해 입자가 작은 편암이 분포한다.

석회암이 마그마 열에 의해 재결정된 대리암은 강원 태백, 충북 단양 일대에서 발견되고, 화성암 관입으로 변성된 혼펠스는 강원 영월과 삼척 등에서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성암은 충남 홍성 지역에 분포한 ‘에클로자이트(eclogite)’다. 이 암석은 지하 약 90~120㎞에서 형성된 것이며, 대륙판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초고압 변성작용의 흔적이다. 이는 한반도가 매우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됐으며 극한의 지질학적 환경을 경험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다.

한국의 다양한 변성암은 대체로 약 18억8000만년 전 고원생대와 약 2억30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에 대륙 형성과 분열 과정에서 일어난 광역 변성작용으로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변성암은 단단하고 안정적인 구조 덕분에 오래전부터 건축용 석재로도 널리 쓰여왔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이 같은 실용적 쓰임새를 넘어서 지각의 깊은 역사와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조각의 변성암에는 수억년 전 지질 운동, 대륙 충돌, 지하 환경 격변의 역사가 녹아 있다. 한 번 형성된 암석이 다시 변화하며 살아남은 변성암은 지질학 속 회복과 진화의 상징이다.

지구가 써 내려간 장대한 연대기, 우리는 이 오래된 기록에서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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