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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불허를 불허한다

입력 2025.09.21 21:27

수정 2025.09.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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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0일 제1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에서 17년 동안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다는 사실에 누군가는 놀라기도 한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09년 대구 동성로에서 처음 치러졌고, 2019년부터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매해 열려 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개최되고 있다. 경찰이 1개 차로만을 사용해서 축제를 하라며 제한통고를 했기 때문이다. 부스와 무대를 설치하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축제의 특성상 1개 차로로는 제대로 된 축제 개최가 불가능하다. 경찰이 내린 제한통고는 사실상 축제를 금지한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참가자들의 안전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장소를 옮겨야만 했다.

경찰이 제한통고 근거로 든 것은 주요도로에서의 교통소통을 위해 집회를 금지·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집시법 제12조이다. 도로에서의 집회는 어느 정도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그렇기에 교통소통을 위한 집회 제한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 이 법조항은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데 남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권에서 경찰은 집시법 제11조를 이유로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법원 결정이 있자, 이태원로를 주요 도로에 포함시키고는 집시법 제12조를 들어 집회를 막았다. 주요도로를 어디로 할지, 어느 정도면 교통에 불편이 초래될지에 대한 판단이 경찰에게 포괄적으로 맡겨져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겨울 대통령 탄핵과 민주주의를 외치며 광화문 앞에서 이루어진 수십 차례의 시민대행진에서도 경찰은 계속해서 차로 사용을 제한하는 제한통고를 내렸다. 이를 뚫고 행진한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힘 덕분이었다.

경찰에 의해 집회의 자유 침해가 이루어질 때 이를 통제해야 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법원은 작년 대구퀴어문화축제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올해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참가 단체와 인원 규모가 더욱 커졌지만 법원은 구체적인 검토 없이 작년의 기각 결정을 내린 것과 동일한 이유를 들어 또다시 집행정지를 기각했다. 결정문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신청인의 퀴어 축제도 2009년 이후 매년 개최되었고, 그 사이에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과 정부의 보호 수준도 향상되었다고 생각되고, 실제 변화의 바람도 느껴진다. 교통 혼잡을 야기하는 도로점거 없이 성소수자들이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대중들에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집회를 가지는 대안이 충분히 모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족 같은 문장은 완전히 틀린 이야기다. 2023년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은 불법 도로점거라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방해하였으나, 성소수자 시민들은 방해를 뚫고 축제를 열었고, 법원에서는 불법 도로점거라는 대구시의 주장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도로점거 없이 집회를 하면 된다는 대구법원의 위 결정은 자신들의 이전 판단과도 모순되는 이야기이다.

축제 장소에 대한 방해는 대구만이 아니다. 춘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춘천시는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축제장 입구를 잠가 버렸다.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경찰에 집회 신고가 이루어졌음에도 인천시가 행사장인 인천애뜰 광장 사용을 불수리하고 무대를 펜스로 막아버렸다. 대구법원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식과 보호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했으나 이는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경찰과 지자체의 방해를 뚫고 자신을 스스로 드러낸 성소수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동료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다시 개최될 예정이다. 더 이상 경찰이 지정하고 법원이 허가해 준 장소에서 축제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축제는 계속되고 집회의 자유는 더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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