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
“미국 허황된 비핵화 집념 털어버리고”
다음달 APEC 앞두고 북한 입장 환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의 이틀 차인 지난 21일 연설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남한을 향해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한 우리와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재명 정부가 각각 출범한 이후 대미·대남 메시지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지난 7월 말부터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밝혀온 메시지 취지와 유사하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중국·러시아와 각각 관계를 돈독히 한 김 위원장이 미·중 정상이 참석하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의 입장을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원칙을 고수할수록 “우리가 목적한 일을 할 시간이 더 많아진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남 관계에 대해선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며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핵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 해법’에 대해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이런 적대국과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완전한 집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적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며 “긴 안목을 가지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의 적대를 해소하고 평화적 관계로의 발전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미 대화 지원 등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1일 연설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