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청탁 ‘최종 결재자’ 한학자 ‘구속 기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구속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통일교 청탁 및 정치권 로비 의혹의 ‘최종 결재자’로 지목된 한학자 총재가 22일 법원에서 5시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한 총재는 최후 발언에서 “나는 정치와 무관하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특검 역사상 교단의 수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한 총재의 구속 여부는 이른바 ‘정치-종교 유착 의혹’ 수사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5시간 동안 한 총재에 대한 영장 심사를 진행했다. 특검과 한 총재 측이 막판까지 구속 사유를 두고 공방이 계속되면서 영장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한 총재에 이어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전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 정모씨의 영장 심사는 2시간여 미뤄져 오후 6시35분쯤부터 열렸다. 한 총재와 정씨는 영장 심사 종료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렸다.
한 총재는 2022년 1월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민원과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청탁하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통일교 자금으로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총 2억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2년 4~7월 통일교의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8000만원대 청탁용 선물’을 전달하도록 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이 금품을 마련하기 위해 통일교 자금을 활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받는다. 2022년 10월 권 의원이 윤씨에게 전한 통일교 임원 등의 미국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듣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정씨는 한 총재와 공범 관계로 4가지 혐의를 똑같이 받는다.
영장 심사에서 특검 측은 220여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약 420쪽에 이르는 의견서도 재판부에 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의 청탁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한 총재가 일체 부인하고, 특검의 세 차례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하다 권 의원의 구속 여부 결정 직전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점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정황도 있어 구속상태로 추가 수사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총재 측은 변호사 14명이 영장 심사에 출석했다. 지난 17일 한 총재가 특검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이나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또 공여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인식을 구속하려는 시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는 권 의원이 영장 심사에서 주장한 것과 같은 논리다. 한 총재는 최후 발언에서 “나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총재는 특검에 자진출석할 때는 걸어 들어왔다가 조사를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나갔다. 이날은 처음부터 휠체어를 타고 영장심사를 받으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