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수요량의 25% 전력 필요…협의 없이 고압 송전망 추진
공업용수 놓고도 갈등…금산·군산 등 주민들 “환경 파괴” 반발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경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용인 국가산단)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역·시민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해 지방에 고압 송전설비를 건설해야 하고, 공업용수 공급 과정에서 수자원 관리 차질이 우려되는 등 지역민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25 기후정의실천단,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경기기후위기비상행동, 반도체특별법반대공동행동은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환경 파괴와 국민들의 피해 가중, 에너지 부정의, 기후 부정의로 점철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추진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용인 국가산단은 전력 수급을 위해 비수도권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용인 국가산단이 완공되면 예상 필요 전력은 10GW 이상이다. 이는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정부는 2030년 생산 가동을 위해 산단 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새로 건립해 3GW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머지 7GW는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소에서 끌어오기 위해 초고압 송전망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7GW의 전기를 끌어오려면 총연장 1153㎞에 달하는 고압 송전선로를 전국 각지에 건설해야 한다. 기피시설인 송전선로와 송전탑 등을 건설하려면 지역민들과 협의해야 하지만 이 과정은 생략됐다. 그 결과 송전선로가 지나는 전국 각지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 금산군 주민들은 전북 정읍시에서 충남 계룡시까지 연결되는 34만5000V 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북 군산시의회에서는 송전선로 건설 반대 성명서를 채택했고, 남원시의회도 특별위원회를 꾸려 반대에 나섰다. 전남에서는 영암군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영암군 주민과 환경단체 등 250여명은 지난 17일 트랙터와 차량 200여대를 몰고 나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송전철탑 건설 반대’ 집회를 열었다.
공업용수 확보 방안도 불확실하다. 용인 국가산단에 사용되는 용수는 하루 167만t으로 서울시 하루 사용량의 60%에 달한다. 팔당댐에서 공급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하루 77만t으로, 90만t이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는 60만t을 화천댐을 통해 공급한다고 하지만 나머지 30만t에 대해선 뚜렷한 계획이 없다. 화천댐 상류에는 북한의 임남댐이 있어 안정적 수량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단체들은 “기후변화로 수자원 관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에 수도권의 수자원을 집중시킬 경우 2000만 시민이 어떤 고통을 감당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체들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윤석열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용인 국가산단 계획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추진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불평등 완화를 위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