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당원 11만명, 숫자 이상의 의미
2023년 당대표 전당대회 관건 3가지
‘늘어난 책임당원·당심 100%·결집력’
탈당 느는데 전한길 입당한 국힘의 미래
통일교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7월18일 교인들이 한학자 총재를 향해 기도하고 있다. 이홍근 기자
김건희 여사 의혹 특벌검사팀(특검)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원 중 통일교인이 11~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지난 19일 나왔습니다. 특검이 통일교인 120만명 명단과 당원 약 500만명 명부를 대조해 추출한 결과인데요. 특검은 통일교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게 할 목적으로 교인들을 집단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국민의힘은 문제가 되는 수치가 아니라며 항의 차원의 장외집회까지 열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명이 넘고 당원 명부 숫자가 500만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국민의) 10%는 우리 당원”이라며 “정상적인 숫자”라고 주장했는데요. 11만명이라는 수치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왜 특검 수사에 중요한 건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일반당원 444만···‘1인 1표’ 책임당원은 76만명
우선 통계청 기준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5180만5547명입니다. 국민의힘 전체 당원은 지난해 12월 경향신문이 확보한 ‘비상계엄 파장 이후 당원 탈당 현황’ 문건 기준 444만4186명이고요. 국민의 8.6%가 국민의힘 당원인 겁니다. 특검이 확보한 통일교 120만명 중 국민의힘 당원으로 추정되는 수가 11~12만명, 즉 9.1~10% 정도이므로 인구 대비보다 통일교 내 당원 비율이 더 높은 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444만명은 국민의힘의 ‘일반’당원 수인데요. 입당만 하면 일반당원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일반당원 수치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수사의 초점은 ‘책임’당원 수인데요. 책임당원은 입당 후 1년에 3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당원으로, 지난해 기준 76만명이었습니다. 전체 당원의 17% 수준입니다.
책임당원이 중요한 건 일반당원과 달리 전당대회에서 1인1표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반당원은 소수만 투표권을 얻는데요. 2021년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예로 들면 일반당원은 400만명에 달했는데 그 중 투표권은 추첨에서 선정된 4만3819명만 가졌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선(맥락들): 당락에 영향?··‘늘어난 책임당원·당심 100%·결집력’
따라서 국민의힘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책임당원의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통일교가 2023년 3월8일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이 같은 시도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특검 입장에서 통일교 책임당원의 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친윤(석열)계’ 김기현 의원은 총 46만1313표 중 24만4163표를 얻어 당대표로 선출됐는데요. 2위인 안철수 의원이 10만7803표를 득표했습니다. 통일교 표의 향방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도 있던 겁니다.
이처럼 한 집단의 표심에 취약한 구조는 2023년 전당대회 직전 일련의 변화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특검에 따르면 통일교 고위간부였던 윤모씨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2022년 11월 교인을 책임당원으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친윤 권성동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3개월 전 책임당원을 1만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당대회 투표권 부여 시점은 2023년 1월31일이었는데요. 책임당원이 되려면 늦어도 2022년 12월 전 입당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책임당원 수는 폭증했는데요. 2022년 12월 친윤인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작년(2021년) 전당대회 책임당원이 28만명인데 지금 이 순간 책임당원이 약 80만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2022년 연말 ‘국민의힘 당원가입’ 검색량이 증가했습니다.
‘정진석 비대위’는 2022년 12월 당대표 선출시 당원투표를 기존 70%(30%는 국민여론조사)만 반영하던 것에서 100% 반영하기로 규칙을 바꿨는데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를 언급했다는 의혹이 나온 뒤였습니다. 70%만 반영될 때와 비교하면 책임당원 1표의 영향력은 43% 증가한 셈입니다.
그 결과 선거인단 83만명 중 책임당원 수는 78만명(93.7%)에 달하게 됐고요. 이들의 표심은 절대적인 영향을 갖게 됐습니다. 2023년 전당대회가 5000만 민심도, 400만 당심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 사실상 78만명의 ‘책임당원투표’로 치러진 셈입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김기현 전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6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수빈 기자
표 결집력의 차이가 영향력을 극대화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통상 투표율이 낮은 당대표 선거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세몰이가 반복되는 이유가 당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 즉 ‘동원력’ 때문인데요. 종교인은 그 동원력이 더 높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난 19일 “교주 지령에 따라 이들의 투표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전당대회는 역대 당대표 선거 투표율 중 최고인 55.1%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종교인들도 동원됐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당시 당내에서는 2022년 대선 이후부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 사람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고요. 홍 전 시장은 지난 7월 신천지 교주와 만난 일화를 전하며 2021년 10만명 입당 작전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면(관점들): 계엄 후 탈당 느는데 전한길 입당
통일교가 당대표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이는 정당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정당법은 정당 가입 강요를 위법으로 규정합니다. 김건희 여사의 연루 여부 규명도 과제입니다. 특검은 통일교 집단 가입이 김 여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규정하는 정·교 분리 조항의 위배 논란도 국민의힘에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위헌정당 국민의힘은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 정부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주적 기본질서는 통상 헌정질서를 말합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 구성에서 종교계 비중이 높아질수록 국민의힘은 민심과 더욱 멀어질 수 있습니다. 당심은 당지도부 선출뿐 아니라 총선·지선 등 후보 공천에도 반영되는데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이 결정된다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겁니다.
게다가 지난해 12·3 불법계엄 이후 탈당이 이어지고, 전한길씨 등 보수개신교 세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종교의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전당대회에서는 개신교 단체 집회에 참석해온 장동혁 대표 등이 당선됐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 엄벌에 처하지 않는다면 종교의 타락은 심화하고, 사회적 갈등은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원 명부 압수수색 등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이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데 협조하는 것이 보수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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