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이 백신과 임신부·아동용 진통제 타이레놀 사용이 자폐증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여성이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한 뒤 출산하면 아기의 자폐증 위험이 커진다면서 식품의약국(FDA)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FDA는 의사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에 대해 즉시 효력을 발생하도록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임신 중 복용하면 (태어날 자녀의) 자폐증 위험을 매우 높일 수 있다”며 “따라서 타이레놀 복용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FDA)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을 들며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할 것이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 대비 자폐증 유병률이 약 400% 늘었다는 미 보건당국의 통계를 제시하면서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 아기에게도 주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는 발언을 수십차례 반복했다.
이어 “쿠바에는 그것(타이레놀)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매우 비싸고, 그들은 그것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라며 “듣기로는 그들에게는 본질적으로 자폐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타이레놀에 대한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 중 하나인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으며, 백신 접종 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이에 반대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해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장관은 미국에서 자폐증 진단이 증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백신 접종과 자폐증이 관련돼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타이레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열돼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타이레놀과 자폐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의 통증이나 발열에 대해 의사들이 처방해 온 약물이다. ‘애드빌’로 알려진 이부프로펜 계열이나 나프록센 계열의 진통제는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증거 없이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며 과학자들이 수년간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의 잠재적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연관 관계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학협회 학술지(JAMA)에 2019년 등재된 논문에는 ‘출생아의 아세트아미노펜 농도와 자폐증이 연관성이 있다’고 돼 있는 반면, 2024년 등재된 논문에는 ‘스웨덴 아동 250만명 대상 조사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여부와 자폐증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돼 있다.
자폐증 유병률 증가에 대해서도 진단 기준의 확대, 복지 지원을 받기 위한 서비스 수요, 노산과 조산 등 의학 외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WSJ은 짚었다.
FDA는 이날 마틴 마카리 국장 명의의 공지문에서 “최근 몇년간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자폐증 및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신경학적 질환 발병 위험 증가가 관련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누적돼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 “명확히 하자면,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의 연구에서 기술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