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2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처음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기록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과정 전반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45분쯤 채 상병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전 장관은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만 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2023년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받아보고 결재했는데, 다음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갑자기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하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다. 이날은 ‘VIP(윤 전 대통령) 격노’ 회의가 있던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수사외압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수사 등에 윤 전 대통령이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 가장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인물로 본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경찰에 이첩된 채상병 수사기록을 국방부가 다시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에 사건 재검토를 지시하는 과정 등에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결과를 결재한 경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고 무슨 조치를 했는지,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사건 초반부터 이후까지 사실상 (수사외압 국면의) 의사결정을 주도한 사람”이라며 “조사할 내용이 많아 세 차례 이상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해외 출장 중에도 수사기록 이첩 사실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 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격노 회의 당일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사단장을 처벌하면 안 된다고 누차 이야기했지 않느냐”며 질책했다는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특검은 이날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도 피의자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전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VIP 격노를 알리는 등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이 가해질 무렵 국방부의 여러 지시사항을 전달한 ‘연결고리’로 지목돼 왔다. 정 특검보는 김 전 사령관이 특검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조사가 수월하게 진행되진 않고 있어서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이날 오후 특검팀에 추가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신 전 차관은 2023년 7월31일부터 이 전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시기에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소통하며 수사기록 회수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정 특검보는 “신 전 차관은 이미 세 차례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며 “2023년 8월2일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청에서 수사기록을 가져온 뒤 신 전 차관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과 논의한 내용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어 다시 조사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