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전파간섭 문제로 공연 중단···1만명 발길 돌려
21일~10월 3일 가을축제 ‘시월’ 시작부터 난항 예고
20일 부산항 북항에서 열린 월드드론페스티벌 전야제. 부산시 제공
부산항 북항에서 열린 국제 드론행사가 ‘선박 전파 간섭’으로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부산시는 “GPS 통신 장애로 부득이하게 중단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통신장애(전파간섭)를 예상하고도 대책 없이 행사를 추진하다 국제적 망신만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낮 12시 부산항 북항친수공원에는 ‘부산재즈페스타’가 열려 많은 시민이 몰렸다. 이어 오후 8시30분 ‘부산 월드 드론 페스티벌’이 시작되자 1만명(경찰 추산 5500여명) 남짓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녁 기온은 20도. 선선한 날씨에 많은 시민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드론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은 애초 미국, 일본, 중국팀이 10분씩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20여분이 지난 오후 8시55분쯤 첫 번째 드론라이트쇼가 시작됐다. 일본팀의 ‘귀여운 고양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10분의 짧은 공연이었으나 일본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 호응을 얻었다.
15분가량 휴식시간에 이어 중국팀 공연이 시작했으나 갑자기 모든 드론의 불빛이 꺼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 시민들은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으나 10여분이 흐른 뒤 행사장 대형 화면에 “GPS 통신장애로 행사가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뜨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시민은 화를 내며 행사장을 떠났다.
김미선씨(40대)는 “국제행사라고 해서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행사가 중단돼 아쉽다”라며 “무료행사라고 하지만 미흡한 행사 진행에 실망”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출항하는 선박과 전파간섭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드론 추락 등 안전사고를 우려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전파 간섭은 두 개 이상의 신호가 겹쳐서 정상적인 신호 전달에 방해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날 공연 중단은 연계 행사인 재즈공연이 25분가량 길어지면서 비롯됐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재즈공연 지연으로 당초 예정된 드론 공연 심사위원 소개, 영상 상영 등을 생략하고 일본팀 공연을 진행했다. 일본팀 공연이 끝난 뒤 오후 9시 일본 시모노세키로 출발할 예정이던 성희호의 일정이 갑자기 30분 지연되면서 드론 공연 일정이 꼬이고 말았다. 결국 중국팀 공연 도중 전파간섭이 일어났고, 공연중단이 불가피했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일본 측 드론은 전파방해를 받지 않는 기체지만, 중국 측 드론은 영향을 받는 기체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파 간섭을 피하고자 중국 공연을 중간에 배치했는데, 재즈페스티벌이 20여분 지연되는 바람에 (공연중단 사태가) 일어났다”며 “재즈공연이 정상 종료됐다면 성희호 출항과 관계없이 오후 9시20분쯤 공연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제여객선 운항을 5~10분 단위로 계산해 행사를 기획한 점에서부터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제기획사들은 “전파간섭으로 인해 행사를 중단한 것으로 보면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도 플랜B(보완책)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객선업계에서도 “항공기와 여객선은 안전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출항 30분 지연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출발·도착시간을 분·초 단위로 맞추는 지하철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부산의 가을 통합 축제 ‘시월’의 첫날 행사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어서 10월 3일까지 열리는 축제의 난항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