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오른쪽)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협상 후 협력 재개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방의 제재 복원을 앞두고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유럽 외교 장관들을 접촉하는 등 외교적 해결 모색에 나섰다. 하지만 제재 복원 중단을 위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독일·프랑스·영국 외교장관과 유엔의 대이란 제재 복원 및 핵 프로그램 문제에 관해 통화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들과 통화 후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는 국가들은 법적, 도덕적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이란은 외교의 길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외교적 해결책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회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란 국영 통신 IRNA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전날 미국 뉴욕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회동했다. 회동을 마친 후 그로시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다”면서도 “더 많은 협력을 얻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외교적 회동은 서방의 이란에 관한 제재 복원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유엔의 대이란 제재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 간 제재 종료 유지에 관한 별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28일부터 자동으로 재개된다. 지난 19일 유엔 안보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제재를 복원하는 취지의 표결을 했다. 이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며 IAEA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란과 서방 국가들의 협상이 원만히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란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라며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유엔 제재가 해제됐던 2015년처럼 이번 주말에 협상이 이뤄질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로이터 통신에 “이란이 구체적인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으면 제재가 다시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내에서도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두고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란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재발할 것을 우려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란의 강경파 의원들은 이스라엘의 위협에 대비하여 핵무기를 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란 국회의원 70명은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페제시키안 대통령 등에게 보냈다. 이들은 “20년 전 알리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핵무기를 제작하거나 보관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