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22일 구속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3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통일교→건진법사→김건희 여사’라는 통일교 청탁의 사슬이 연결됐다. 이 세 축의 핵심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은 이제 통일교 청탁의 이유이자 배경이 된 ‘정치개입’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건진법사 관련 청탁 의혹’으로도 불린 이 사건은 수사 초기만 해도 김 여사가 고가의 명품 선물을 받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통일교 측이 민원 해결 등을 이유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청탁용 선물을 전달했는지 입증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그러나 전씨가 입을 다물고, 김 여사에게로 가는 길목에 있는 두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특검은 통일교의 청탁 실무를 담당했던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를 소환하며 사슬을 이어나갔다.
먼저 윤씨를 구속한 특검은 그를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윤씨 진술과 함께 청탁 내용이 담긴 윤씨의 다이어리, 김 여사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구매한 ‘8000만원대 청탁용 선물’ 영수증 등을 잇달아 확보했다. 윤씨와 김 여사가 나눈 통화내역, 선물 전달 매개자인 전씨 측 차량의 김 여사 주거지 출입기록도 확보했다. 이 증거들이 ‘청탁의 사슬’을 연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청탁 수수의 정점에 있는 김 여사를 구속한 특검은 뒤이어 전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특검은 윤씨와 전씨가 주고받은 다수의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된 국회의원들이 여럿 등장했다. 특검은 윤씨가 김 여사 외에 청탁 소통 창구로 삼은 또 다른 인사를 포착했다. 윤핵관의 좌장 격으로 불렸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다. 특검은 현재까지 통일교가 윤씨를 통해 권 의원에게 건넨 돈의 액수를 1억원으로 파악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자금 2억1000만원이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흘러간 정황도 확인했다. 특검은 이 돈 중에서도 100만원이 권 의원에게 갔다고 본다. ‘통일교 청탁’ 의혹 사건은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확대됐다. 특검은 권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정치권력과 종교단체가 결탁해 대한민국의 국정을 농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권 의원의 구속 필요 이유로도 제시됐다. 권 의원의 구속은 이른바 ‘정교유착 의혹’ 수사의 포문을 연 것으로 해석됐다.
권 의원 신병까지 확보한 특검이 겨냥한 건 통일교 청탁과 정치권 로비 의혹의 ‘최종 결재자’로 지목된 한학자 총재였다. ‘청탁의 사슬’ 정황 증거들과 수면 위로 드러난 정교유착 의혹은 결국 한 총재의 덜미를 잡았다. 한 총재는 구속 기로에서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나는 정치와 무관한 사람이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총재 구속은 정교유착 수사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에선 ‘통일교인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가입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통일교 측이 김 여사 요청으로 국민의힘 당내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교인들을 집단 가입시켰다는 정당법 위반 의혹이다.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정황도 추가로 밝혀내야 할 지점이다.
특검은 한 총재와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