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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면 선처’ 악순환 뿌리 뽑아야”…‘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참사 재판부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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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수원지법 형사14부는 23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사건 쟁점 중 하나였던 박 대표의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지위 인정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박순관은 아리셀 설립 초기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 사건 화재 시까지 동일하게 유지된 점, 일상적 업무는 박중언이 하도록 하면서 주요 상항을 보고받아 경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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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면 선처’ 악순환 뿌리 뽑아야”…‘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참사 재판부의 일침

입력 2025.09.23 17:06

수정 2025.09.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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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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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가족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가족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가는 (피해자와 합의한) 다른 기업가가 선처받는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한다. 이런 악순환을 뿌리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3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산업재해 발생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산재 발생 기업이 여전히 ‘예방’보다 ‘합의’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재판부가 지적한 것이다.

아리셀 화재 참사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은 계속해서 유족들과의 합의를 시도했다. 피해자 18명의 유족들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고, 2명의 피해자들의 일부 유족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합의에 대해 “경제적 형편 등 여러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제한적으로 양형 사유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재판에서 합의 여부가 큰 감형요소로 작용하는 것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날 박 대표는 징역 15년을,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징역 15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 중 최고 형량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임직원 등 5명에게는 징역 2년, 금고 1∼2년, 벌금 1000만원 등이 각각 선고됐다. 박 대표와 실형을 선고받은 직원 4명은 모두 법정구속됐다.

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재판부는 이날 2시간 가량 판결문을 읽으면서 이윤 극대화에만 치중하는 기업,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일용직·파견직 등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노동 실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였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면서 “그 이면에는 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안전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우리 산업 구조의 현실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생산량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생산 공정을 계속해 피해자들을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게 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일용직, 파견직,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인) 피해자들은 작업장 구석에 모여들어 걱정스레 화재 모습을 지켜보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생사가 오가는 귀중한 골든 타임을 놓쳤다”면서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상구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침에 집에서 일터로 향한 소중한 가족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튬 1차전지 폭발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이로 인한 화재 대피 교육을 받았더라면 이 사건 화재가 최초에 발생한 것을 인지한 시점에 즉시 출입문 또는 비상구를 향해 뛰쳐나가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달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달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 쟁점 중 하나였던 박 대표의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지위 인정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박순관은 아리셀 설립 초기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 사건 화재 시까지 동일하게 유지된 점, 일상적 업무는 박중언이 하도록 하면서 주요 상항을 보고받아 경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박 본부장은 같은 사고와 관련해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본부장 등 아리셀 임직원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영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영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숨진 노동자 23명 중 3명은 정규직이였고, 나머지 20명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였다. 전체 사망자 중 19명(이주노동자이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한 1명 포함)은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이날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대부분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15년은 아직 좀 미흡하다”며 “참사는 23명만 죽인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가족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간 참사”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로 그동안 박순관이 해왔던 무죄 주장은 모두 무너졌다”며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것들은 우리 사회가 곱씹어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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