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왼쪽)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의결했다. 대선 전 이례적인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상고심 파기환송부터 한덕수 전 총리와의 비밀회동설까지 대선개입 의혹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대법원장 국회 소환은 정권과 사법부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당 지도부는 일절 몰랐다고 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원내 회위에서 당혹감도 표시했다. 대법원장이 출석한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익도 없이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자초한 여당 행태가 몹시 우려스럽다.
국회 청문회는 의혹 찔러보기식이 아니라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확인하는 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 헌법기관 간 충돌과 갈등을 막고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 의혹의 근거나 검증 없이 사법부 수장을 국회로 불러내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여당은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비밀회동설을 제기한 이후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역풍 조짐도 보인다. 혹여 청문회가 이런 잘못을 덮으려는 무리수는 아니기 바란다. 사법부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정의·신뢰·법치를 지탱하는 보루인 만큼 입법·행정부의 존중도 필요하다. 국민 불신이 큰 사법부의 개혁 대의와 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여당 일각의 무리한 사법부 압박은 자중돼야 한다.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도 성찰과 절제가 필요하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했다. 여당이나 이재명 정부 사법개혁을 권력 강화 의도라고 비난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애초 조희대 사법부가 ‘국민의 권리 보장’에 충실한 결정을 해왔다고 국민들이 신뢰했다면 이런 상황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해괴한 법리로 내란 수괴의 구속을 취소하고, 내란 재판 지연을 방치하다 여당 압박에야 속도 내는 시늉을 하는 사법부를 어떻게 의심 없이 신뢰하겠는가.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도 국헌을 문란케 한 역도에게 관대하지 않을 거라는 시민들의 불신과 울화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
조희대 사법부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2일 여당의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 “사법부가 경청하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한 것을 새겨야 한다. 조 대법원장의 책무는 행정·입법부에 대한 ‘사법적 견제’이지, 정치적 견제가 아님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