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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최근 기업 거버넌스 개선 논의의 중심에 '자기주식'이 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구주', 즉 자기주식 처분으로도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침해될 수 있게 됐는데, 구주는 빼고 신주에 대해서만 이러한 우선권이 보장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도식적이고 기괴하다.

이렇게 자기주식 처분에 기존 주주의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신주발행 규제를 회피하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될 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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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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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 지키는 ‘자기주식’…법원은 왜 ‘자산설’을 고수하는가

입력 2025.09.23 21:00

수정 2025.09.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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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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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거버넌스 개선 논의의 중심에 ‘자기주식’이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이 소각되지 않고, 유사시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핵심에는 법학계의 압도적 다수설과 국내외 회계원칙과 어긋나는데도 자기주식을 단순한 ‘자산’으로 오해하고 자기주식 처분 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과 같은 본질적 피해를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 법원의 낡은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대법원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매각하는 행위는 다른 자산을 양도하는 것과 법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주식회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주주가 직접 경영에 개입할 수 없으므로, 자산 처분인 자기주식 매각 역시 이사회의 경영 판단에 속한다는 논리다. 단순한 회사 재산에 관한 것이라면 이 논리가 맞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를 자기주식에 그대로 적용하면 세 가지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첫째, 자기주식은 취득할 때부터 일반 자산이 아니었다. 상법은 자기주식 취득 시 특정 주주로부터 임의로 매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거래소를 통하거나 모든 주주에게 공고·통지하는 등 ‘주주평등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취득 단계에서부터 단체법적 규율을 받는 특별한 존재를, 처분할 때 돌연 일반 자산처럼 개인 법적(민사법적) 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모순이다.

이렇게 본다면 회사의 경영진(이사회)은 언제든 전체 주주로부터 주식을 매입해서 특정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회삿돈을 이용해서 스스로 주주의 지분율을, 극단적으로는 지배주주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과연 상법이 이사회에 이런 권한까지 부여한 것인가?

둘째, 주주의 지분율 변동은 단순한 ‘사실적 이익’이 아니다. 회사는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모든 주주에게 취득을 위한 ‘청약’을 한다. 취득에 응한 주주는 지분율 대신 현금을 선택한 것이고, 응하지 않은 주주는 현금 대신 지분율 증가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명확히 주주들의 명시적·묵시적 의사표시에 따른 법률적 선택의 결과다.

그런데 회사가 이러한 자기주식을 특정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다시 감소시키는 것은 현금을 포기하고 지분율을 선택했던 기존 주주들의 법적 기대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의결권과 배당권의 부활은 기존 주주의 지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를 단순한 반사적 효과로 치부하는 것은 취득 시 부여한 주주의 법적 기대를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자기주식 처분은 신주발행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기에 상법은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를 우선 배정받을 권리, 즉 ‘신주인수권’을 보장한다.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려면 법령과 정관에 따라 그 목적과 수량이 제한된다. 정관상 한도를 넘기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존 주주의 우선권에 ‘신주’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당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침해할 수 있는 방법이 ‘신주 발행’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초에는 기존 주주의 우선 배정권, 즉 영어로는 ‘preemptive right’가 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구주’, 즉 자기주식 처분으로도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침해될 수 있게 됐는데, 구주는 빼고 신주에 대해서만 이러한 우선권이 보장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도식적이고 기괴하다.

이렇게 자기주식 처분에 기존 주주의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신주발행 규제를 회피하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될 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2015년 삼성물산이 보유 자기주식 5.76%를 KCC에 처분해 합병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는 장면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자기주식을 ‘자산’이 아닌, 아직 발행되지 않은 주식과 유사하게 보는 ‘미발행주식설’(또는 신주발행 준용설)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외 모든 법제가 미발행주식설을 기초로 하고 있고 국내 법학계의 압도적 다수설도 같다. 국내외 모든 회계기준도 이를 기초로 하고 있다. 왜 우리 법원만 아직 극소수설이며 국제적 규율과 전혀 맞지 않는 자산설을 고수하고 있는 것인가?

법원의 판례 하나가 기업의 거버넌스와 시장의 건전성을 좌우할 수 있다. 낡은 ‘자산설’의 틀에 갇혀 자기주식이 지배주주의 ‘마법의 지팡이’로 남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자기주식의 본질을 직시하고, 빠르게 합리적으로 판례를 변경하는 결단을 내릴 때 우리 자본시장은 국제적인 ‘갈라파고스’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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