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WHO 권고 뒤 120여개국서 도입
‘국민 건강’ 명분···일부 국가선 실제 효과
도입 찬성 여론 우위···물가 상승 등 우려도
한 마트에 탄산음료가 진열돼 있는 모습. 경향신문DB
국내에서도 과도한 당류 섭취로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설탕’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간 식·음료에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를 통해 얻는 재원은 저소득층 건강증진과 지역 의료격차 해소 등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조세 저항 우려를 넘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설탕과다사용세(설탕세)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른바 ‘설탕세’는 당류가 과다하게 첨가된 음료 등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이래 영국, 프랑스 등 120여 개 국가에서 이미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전 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다.
설탕세 도입 명분은 ‘국민 건강 증진’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단장(서울의대 교수)은 “2023년 기준 국민 5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WHO 권고 기준(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미만, 성인 하루 기준 50g)을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청량음료나 주스, 커피 음료 등에 들어가는 첨가당은 충치, 비만, 당뇨,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 만성질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가 2024년 공개한 ‘건강 위험 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및 정책우선 순위 선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당류 과다 섭취로 비만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21년 기준, 15조63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흡연(11조4206억원), 음주(14조6274억원)를 넘어 건강보험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해당 문제를 먼저 겪은 일부 국가들은 설탕세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영국은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이후 첨가당 음료 판매량이 33% 줄고, 당 함량도 46% 감소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설탕세 부과를 모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해 향후 25년 동안, 약 8조1191억원의 건강 관련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멕시코는 설탕세를 부과한 후인 2017~2018년 청량음료 소비량이 이전 시기보다 6.8%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설탕세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확인된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7일부터 12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당류가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설탕세를 부과하는데 응답자의 58.9%가 찬성했다. 또, 청량음료 제품에 설탕 함량과 설탕의 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붙이는 것에는 82.3%가 지지했다.
그러나 설탕세를 도입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 동일 세율 적용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큰 세금 부담을 지는 ‘역진성’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식·음료계 역시 일괄적인 세금 부과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설탕세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지아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설탕세 납부의무자는 일반 국민이 아닌 기업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설탕세 징수로 얻는 세수는 저소득층의 건강증진, 비만개선 등의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배분해 역진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금 부과 대상을 필수식품이 아닌 청량음료 등 기호식품으로 한정해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보완 대책을 병행한다면, 설탕세는 재분배상 역진성을 상쇄하면서 오히려 취약계층 건강을 개선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