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체육회 공정위 ‘문제 없다’ 판단에도 윤재명 감독 보직 변경
평창 때 폭행사태 책임자 김선태 총감독 선임했다 비판 일자 ‘퇴촌’
김선태 전 대표팀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최고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쇼트트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년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올림픽을 약 4개월 남겨두고 대표팀 사령탑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지난달 20일 김선태 성남시청 감독을 쇼트트랙 대표팀 임시 총감독에 선임했다가 지난 5일 ‘초고속’ 퇴촌 시키는 촌극을 빚었다.
기존에 대표팀을 지휘하던 윤재명 감독이 지난 5월 국제대회 기간 수십만원의 식사비 공금 처리 관리 문제를 이유로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자격 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이 빌미가 됐다. 상위 기구인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가 윤 감독의 청구로 재심의를 거쳐 ‘징계 사항이 아니다’고 윤 감독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빙상연맹은 윤 감독을 재징계 해 보직을 변경했다. 이후 연맹 이사이기도 한 김선태 감독을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김선태 감독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러나 대회를 마치고 조재범 당시 대표팀 코치의 선수단 내 폭행 사실이 드러나 쇼트트랙 대표팀은 풍비박산이 났다. 당시 대표팀 책임자였던 김선태 감독은 이와 관련해 거짓 보고 등의 사유로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회적 물의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경우 대표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제10조 11항)에 어긋나는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현재 국가대표팀에는 당시 폭행 사건 피해자인 여자쇼트트랙 심석희가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까지 나서 규정 위반을 지적하자 김선태 감독을 급히 퇴촌시킨 빙상연맹은 그로부터도 한참 지난 23일에야 “징계 이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선임 절차를 밟았다”며 “이 사안을 지적받았을 때 즉시 잘못을 시인하거나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부적절한 해명을 해서 혼란을 가중하는 또 다른 잘못을 범했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빙상 연맹은 체육회 내에서도 ‘문제아’로 꼽힌다. 잡음이 나온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 터진 쇼트트랙 ‘짬짜미 파문’을 통해 파벌 문제가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드러났고 이후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8년에는 연맹의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감사 처분을 받으면서 관리단체로까지 지정된 뒤 2년 3개월만에야 해제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다시 잡음이 이어지면서 연맹 운영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성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쇼트트랙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26개의 금메달을 따낸 한국의 동계스포츠 대표 종목이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최고의 환경을 마련해도 부족할 마당에 연맹은 변명을 늘어놓기만 바쁘다. 김선태 감독이 급히 퇴촌 조치 당하면서 윤재명 감독이 지난 10일 복귀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 역시 빙상연맹의 오래된 파벌 문제로 보는 시선이 많다. 선수들이 피땀 흘려 준비한 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이제 4달 여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