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에 지난해 8월 차량이 빠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 사고를 당한 80대 남성 운전자가 함께 탄 부인을 죽게 한 혐의로 처벌을 받을 뻔했던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이 운전자의 잘못으로 동승자가 사망하게 됐다고 판단해 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이 ‘죄를 묻는 건 과도하다’고 보고 기소유예해 처벌을 면하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3월25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받는 80대 운전자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8월29일 오전 차를 몰고 가다가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싱크홀의 규모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는 2.5m에 달했다.
A씨는 이 사고로 중상을 입었고, 조수석에 함께 타 있던 부인 B씨(70대)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결과 A씨가 전방을 주의깊게 살피지 않아 B씨를 죽게 했다고 봤다. A씨가 운전한 차량에 앞서 다른 차량들은 싱크홀을 피해간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경찰은 사고의 시발점인 싱크홀 사건에 대해선 피의자 입건 없이 내사 종결했다. 도로 관리 관련자들에게서 싱크홀 발생 책임을 물을 만한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다르게 판단했다. 서부지검은 “A씨의 과실은 인정되나, 사고 발생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싱크홀 사고라는 특수성 등을 고려해 기소 유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