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로 총회 연설은 58년 만에
정상국가 지도자로 변신 도모
반군단체 지도자 출신인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사진)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며 국제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국가원수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것은 1967년 이후 58년 만이라면서 “미국과 유엔에서 테러리스트로 공식 지정된 사람으로서는 놀라운 반전”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알샤라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보거나 그와 교류했던 70여명을 인터뷰해 군복을 정장으로 갈아입고 정상국가 지도자로 변신을 도모하는 그의 면모를 집중 조명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교활함, 매력, 외교술, 무자비함을 이용해 중동의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살아남은 지적이고 야심 찬 ‘변신 능력자’라고 평가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198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산층 시리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이주한 그의 가족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갑자기 종적을 감췄던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2003년 미국이 침공한 이라크였다. 그는 알카에다 이라크지부에 합류했고 2005년 미군에 체포돼 6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암자드 무다파르’라는 가명을 사용했고 주변에 자신을 이라크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알샤라 대통령은 시리아로 잠입해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다. 그는 2012년 초 시리아 주요 도시에서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하며 누스라 전선의 세력을 키웠다. 누스라 전선은 비판자들을 살해·구금하는 등 극단적으로 통치했다.
2013년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를 이끌던 아부 바쿠르 알 바그다디가 악명 높은 이슬람국가(IS)를 창설했을 때 알샤라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별도의 투쟁을 이어가다가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시리아 북부의 4개 반군 조직을 통합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을 설립했다.
NYT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튀르키예가 있었다. 시리아 난민 문제로 고심하던 튀르키예는 알샤라 대통령을 가장 유능한 파트너로 보고 그에게 극단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며 아낌없이 지원했다. 그는 점차 극단주의자들을 억제하는 데 자신의 힘을 사용했고 서방국 정부들과의 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2023년 알샤라를 만났던 로버트 포드 전 주시리아 미국대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알샤라가 강경 이슬람 지하디스트라기보다는 권력 추구형 권위주의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끌어냈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시리아 내에서 발생한 종파 간 폭력 사태는 그의 앞길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