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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마음을 잇는 메아리, 화엄의 울림

입력 2025.09.24 21:13

수정 2025.09.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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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우 정념 스님 화엄선연구소 이사장 월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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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0일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례 없는 문화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제곡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를 비롯해 각종 음악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케데헌>의 성공은 K팝 엔터테인먼트의 성공을 넘어, 서구 중심의 글로벌 문화 코드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작품에서 주인공 루미는 데몬을 퇴치하는 헌터인 동시에 데몬의 피도 흐르고 있는, 다시 말하자면, 어둠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무대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당황한 그가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반악마라는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했기 때문이다. 도망가는 것보다 세상 앞에 스스로를 찾기 위한 도전을 택한 자각의 순간이 자아 정체성의 회복이자 곧 목소리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목소리를 되찾은 루미와 동료들은 각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자 새로운 형태의 레인보 혼문(악령의 침입을 막는 결계)이 완성된다. 부정하고 숨기고 싶었던 정체성의 한 부분을 자신으로 받아들여나가는 이 과정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중요한 심리학적 통찰을 시사한다.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할 용기가 곧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치유하는 힘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상적인 여운을 남긴 작품의 한 장면을 꼽는다면, 루미가 사자보이즈의 리더 진우와 함께 ‘프리(Free)’를 부르는 순간이다.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하나가 전체(일즉일체: 一卽一切)이자 전체가 곧 하나(일체즉일: 一切卽一)인, 즉 모든 존재가 서로 원융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장면이다.

우리의 삶 역시 단절된 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홀로 있거나 홀로 일어나는 일이 없이 우주의 모든 존재와 현상이 상호의존하며 하나로 연결돼 있다. 누군가의 상처와 회복도 결코 나와 무관할 수 없으며, 적대자라 하더라도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순간 나 역시 온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화엄 사상의 핵심 개념인 법계연기를 드러낸다.

<케데헌>의 대표곡 ‘골든’의 노랫말은 전 세계를 홀린 ‘케데헌’ 현상이 지닌 공감과 치유의 에너지를 가장 분명히 담고 있다. “함께라서 우린 더 빛나고 있어. 빛날 거야, 황금빛처럼 빛날 거야” “더 이상 숨지 않아, 나는 빛나고 있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럴 운명이었던 것처럼”. 이러한 자신에 대한 믿음, 성장, 그리고 정체성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루미의 선언은 혼문의 균열이 봉합되는 장면과 교차하며 관객들에게 현실의 스트레스와 불안에 대한 상징적 해소책을 제공한다. 이러한 카타르시스 효과는 현대인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헌트릭스 여정이 전하는 울림은 어쩌면 단순하다. 자신의 ‘그림자’를 부정하지 않고 마주할 때, 우리는 더 큰 힘을 얻는다. 그렇게 탄생한 골든 혼문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레인보 혼문의 힘은 나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나아가 세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루미의 막힘 없는 고음이 전하는 그 짜릿한 전율이 한 캐릭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노래가 된다. 이는 하나가 곧 전체를, 전체가 곧 하나를 비춘다는 화엄선 사상의 근본 사상을 여실히 전하고 있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과 악령 간의 싸움이라는 화려한 판타지 안에서, 극심한 갈등과 분열 속에 차별과 단절이 일상이 된 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자신의 그림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성장이 집단의 화합과 대립하지 않고 상호보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질문 앞에 선 순간, 루미의 노래는 더 이상 스크린 속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 속에서 다시 살아 숨쉬며 나와 세계를 향한 길을 밝히는 울림이 된다.

퇴우 정념 스님 화엄선연구소 이사장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스님 화엄선연구소 이사장 월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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