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노 딜’과 ‘배드 딜’ 사이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노 딜’과 ‘배드 딜’ 사이

입력 2025.09.24 21:16

수정 2025.09.24 21:23

펼치기/접기

미국의 3500억달러 투자 압박에

한국은 중간선거까지 버티거나

시장 다변화하는 게 현실적 대안

최대한 덜 손해나는 ‘굿 딜’ 해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프랑스 요리 셰프(임윤아)가 조선시대로 흘러가 조선의 임금과 명나라 사신에게 마카롱을 선보이는 등 만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 임금과 명나라 사신이 마카롱을 맛본다는 판타지는 유쾌하면서도 유쾌하지 않다. 조공을 두 배로 요구하는 명나라 사신을 보고 있자니 관세를 물지 않으려면 직접 투자를 하라는 미국이,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조선 임금에선 지금의 한국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낸 게 아니라고 했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평가받았던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3500억달러 투자 형식은 처음부터 의구심이 컸다. 직접 투자냐, 대출이냐, 보증이냐. 정부는 대부분 대출과 보증 형태라고 했다. 문서로 남겼느냐는 질문에 모호하게 남겨둬야 더 유리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봤을 수 있다. 상대방 생각은 달랐다. 미국은 ‘3500억달러 직접 투자’를 명문화하자고 했다. 말과 글은 이렇게 다르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1번 선택지는 미국 요구에 응하는 방안이다. 한국 외환보유액(4100억달러)의 80%가 넘는 수준을 투자하고, 수익도 미국이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적어도 이를 통해 미국 안보우산 아래 안전히 거할 수 있다. ‘장사’가 아니라 ‘외교’를 택하는 길이지만 한국 경제가 흔들린다. 한국은행도 산업 공동화를 우려했다. 그러니 대통령이 “탄핵”을 언급할 정도로 어렵다고 먼저 선을 그었다.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제안은 1-1번 선택지쯤에 해당한다.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미국이 받아들인다 해도 논란이 큰 부분이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원화를 맡기고 달러로 갚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이다. 원금에 이자도 붙는다. 유동성이 부족할 때 ‘안전판’이 될 수 있지만 환율 변동 리스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설사 체결된다 해도 미국이 마음을 바꿔 갑자기 통화스와프를 중단하기라도 한다면 충격을 가늠하기도 힘들다.

2번 선택지는 ‘노 딜’ 선언이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때 미국 정치권에선 ‘노 딜이 배드 딜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가 (미국 이익에) 좋지 않은 거래를 하느니 결렬되는 게 낫다는 맥락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경고한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최근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노 딜’을 주장했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25% 매기면 한국이 손해 보는 125억달러의 대미 수출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피해 기업을 지원하라고 했다. 한국으로선 노 딜이 배드 딜보다 낫다는 말이다. 우리로선 그러나 ‘노 딜’의 여파가 단순히 대미 수출 감소에만 국한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3번 선택지는 지연 전략이다.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버텨보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 제조업 공장을 지어야 하고 ‘미국인’ 노동자가 채용돼야 한다.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마가’를 미국 혼자 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이 원하는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고 공장을 짓는 건 고숙련된 한국인 노동자 없이는 안 된다. 당장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로선 공장 설립 지연을 ‘무기’로 미세한 조정을 해볼 여지가 있다. 물론 기업 손해는 감수해야겠지만 그사이 투자 금액을 조절하고 투자 주체도 유럽연합 협상처럼 정부가 아닌 기업으로 고쳐야 한다.

마지막 4번은 시장 다변화 전략이다. 교과서적 ‘정답’에 가깝다. 미국에 맞서는 중국도 수출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국의 7월 대미 수출은 20% 이상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7.2% 증가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의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미국을 벗어나 눈을 돌리면 한국도 수출 증가율이 떨어질 테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꼭 필요한 전략이다.

1번과 2번은 사실 비현실적이다. 그나마 현실적 정답지는 3번과 4번이다. 어느 방향이든 손해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덜 손해나는 장사와 외교를 해야 한다. ‘노 딜’과 ‘배드 딜’ 사이에서 ‘굿 딜’이 거저 얻어지진 않을 테다.

임지선 경제부장

임지선 경제부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