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슬람 반군을 이끌고 독재정권을 축출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단에 서서 서방 국가들에 자국에 대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시리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것은 58년 만이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위기를 수출하던 나라 시리아는 이제 주변에 안정, 평화, 번영을 가져다주는 역사적 기회로 변모했다”며 “시리아는 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정당한 자리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촉구하며 “제재가 시리아인을 족쇄로 묵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완전히 해제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1971년부터 54년간 이어진 하페즈 알아사드와 바샤르 알아사드 부자의 억압적인 독재 통치 아래 국제적으로 고립됐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이끌던 알샤라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14년째인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고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이후 ‘정상 국가’를 위한 온건 정책을 표방하며 친서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 순방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샤라 대통령과 만나 수십년 이어진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알샤라 대통령은 짙은 회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섰다.
알샤라 대통령은 “지난 60년간 시리아는 잔혹하고 억압적 정권의 지배 아래 놓였다”며 “옛 정권은 약 100만명을 살해하고, 수십만명을 고문하고, 약 1400명을 쫓겨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한 것을 두고 “자비와 선함, 용서와 관용으로 가득 찬 군사작전이었으며 어떤 이주도 발생시키지 않고 어떤 민간인도 죽이지 않은 전투였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드 광장에 시리아 시민들이 모여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의 유엔 연설 방송을 지켜보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샤라 대통령은 알아사드 정권 축출 이후에도 시라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은 과도기를 악용해 이 지역을 새로운 갈등의 악순환에 빠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1974년 분리협정을 준수하고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1974년 휴전으로 분쟁지인 골란고원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양쪽에 군사분계선을 뒀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시리아 내 드루즈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폭격하기도 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언급하며 “시리아가 겪은 고통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주민과 어린이, 여성을 지지하며 전쟁이 즉각 종식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최근 미국의 중재로 안보협정 체결을 협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중동 아랍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추진하며 시리아도 이에 동참하길 바라고 있다.
이날 다마스쿠스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대형 전광판으로 알샤라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지켜봤다.
뉴욕 유엔 본부 근처에서는 알샤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시리아 이주민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