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살률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2019년 마포대교 난간에 적혀있는 자살 예방 문구로, 시민 공모를 통해 정한 위로의 메시지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해 40대 사망원인 1위가 처음으로 암이 아닌 자살로 바뀌었다.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0대~30대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었다. 자살자 수도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4872명으로 1년 전보다 894명(6.4%) 늘었다. 자살자 수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10~40대에서 자살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에서 처음으로 자살(26.0%)이 암(24.5%)을 앞질렀다. 2023년만 해도 40대 사망원인 1위는 암(25.9%)이었고 2위가 자살(23.4%)이었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50대 이상에서는 암이 여전히 사망원인 1위이고 자살은 2위였다.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10대 사망자 중 자살이 자치하는 비중은 2023년 46.1%에서 지난해 48.2%로, 20대는 52.7%→54.0%, 30대는 40.2%→44.4%, 50대는 11.1%→12.2%, 60대는 4.8%→5.0%로 확대됐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인 자살률은 29.1명으로 1년 전보다 1.8명(6.6%)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자(41.8명)가 여자(16.6명)보다 2.5배 많았다. 증가율도 남자(9.1%)가 여자(1.0%)보다 높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40.6명이었다. 시간당 1.7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는 하루 평균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13.2명)의 3배가 넘는다.
한국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기준 자살률이 26.2명으로, 회원국 평균인 10.8명의 2배가 넘는다. 연령표준화 자살률이란 국가 간 연령 구조 차이를 보정한 지표로, 국제 비교에 활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생활상의 어려움 외에도 유명인 자살 보도 등 다양한 요인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이 겪는 실직·정년·채무·이혼 등 다양한 문제, 유명인의 자살과 자극적인 보도, 지역의 정신건강·자살 대응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외환위기·동일본대지진처럼 대형 사건 이후 2~3년 시차를 두고 자살률이 급증했던 사례를 토대로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여파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2일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했다. 자살 시도자 위기 개입 강화, 지방자치단체 자살 예방 전담 조직·인력 보강, 인공지능(AI) 기반 자살 상담 전화 실시간 분석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범부처 자살 예방 대책 추진본부’도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