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한국은 경제 규모와 외환시장의 측면에서 일본과는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해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걸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패키지는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했다. 이와 별도로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과 ‘상업적 합리성’, 비자 해결은 대미 투자의 3대 선결 조건이다.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당한 요구다. 대미 투자 3500억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4200억달러)의 83%에 달하는 규모로, 감당 불가능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일본의 3분의 1에 못 미치고 미 국채보유액도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미국과의 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대미 투자액 5500억달러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 “미국 요구대로 하다가 외환위기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이 대통령 언급은 엄살이 아니다. 투자 이익 배분도 원금 회수 전까지 미국과 5 대 5로 하고, 이후 1 대 9로 나누는 ‘일본식 조건’을 따를 처지가 못 된다. 노동자 불법 감금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한 체류 조건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도 지극히 상식적이다.
미국 정부가 일본에 이어 이날 유럽산 자동차·자동차부품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 한국의 경쟁국들이 속속 관세 문제를 매듭짓는 상황이 조바심을 키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미 투자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섣불리 수용할 수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상대국의 형편을 헤아릴 줄 모르는 미국 태도다.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난색을 보이는 미국이 아르헨티나에 통화스와프를 먼저 제안한 것도 요령부득이다. 베선트 장관은 조선 분야에서 한·미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의 말씀을 충분히 경청했고 내부적으로도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국과의 협력을 통한 ‘제조업 부활’을 미국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한국이 제시한 3대 투자 조건을 조속히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