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를 한 학기 만에 손질에 나섰다. 이미 예견된 문제들을 놓고 오랜 시간 허송세월하고도 다시 “고교학점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되뇌는 교육부의 몰염치는 목불인견이다.
교육부가 25일 내놓은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보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는 학생이 학점을 이수하려면 과목별로 3분의 2 이상 출석하고 학업성취율이 40%를 넘어야 ‘최소성취수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이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교사들이 보충지도를 해야 하는데, 현행 학점당 5시수인 보충지도를 3시수 이상으로 줄이고, 과목 담당 교사에게만 맡겨진 출결 처리를 담임 교사와 동시에 하도록 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분량도 조정해 공통과목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은 1000자에서 500자로 줄이고, 고교학점제 지원을 위해 교원 1600명을 추가 채용하는 계획도 담겼다.
이번 개선 방안은 교사들 부담이 컸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로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소성취수준 보장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제도 시행 전 대책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 교육부의 2022년 7월 ‘고교학점제 점검 추진단’ 점검 과제에는 ‘책임지도 및 미이수제 운영 방안’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 구축’ 등이 담겨 있다. 3년간 손 놓고 있다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지금도 학생의 수업선택권과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제도 취지는 겉돌고 있다. 게다가 고교학점제의 핵심이자 또 다른 뇌관인 ‘학점이수제’ 개편은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겼다. 이미 2학기도 시작됐고, 국교위 개정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에 문제 해결은 또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교육 현장의 불만과 혼선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이 진로·적성보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택하고, 학생·교사가 적은 비수도권 학교에선 다양한 과목 개설이 어려워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수십㎞를 택시로 이동하기도 한다. 교사는 업무에 치이고 학생은 안간힘 쓰는 와중에 사교육 업체는 영역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허술히 준비하고, 책임마저 떠넘기는 교육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개탄스럽다. 교육당국은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실효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학점제 현장 문제점 제기 및 개선 요구안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