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
구병모 지음 문학동네 | 352쪽 | 1만8000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초능력이다. 그런데 마음을 읽는 매개가 상처를 통해서라면? 그러니까 몸의 외피 어딘가가 찢겨져 드러난 속살에 접촉해야 발현되는 능력이라면 어떨까. 그 능력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보육원에서 자란 한 여인에게는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친구의 상처를 손으로 감쌌을 때 친구의 기억과 감정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능력을 알게 된다. 우연히 그 능력을 알게 된 남자 문오언은 그녀를 숨길 거대한 저택을 짓고 고단한 삶을 살던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과 삶을 선물한다.
사업가로 알려져 있지만 오언은 사실 호텔 경영 회사로 위장한 범죄조직에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만은 따뜻한 호의와 배려를 보여주는 그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오언이 돌이킬 수 없는 배신을 저지르면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다. 상처받은 그녀는 차갑게 선언한다. “세상 모든 인간을 읽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
상처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여자, 그런 그녀에게 자신을 읽히고자 하는 남자. 서로를 애증하고 구원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저택에 독서 교사로 입주한 ‘나’에 의해 전해진다는 점에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나’가 서술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읽기’라는 행위는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독해하고자 하는 행위라는 걸, 인간이란 오독과 왜곡을 피할 수 없음에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절창>은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를 뜻한다. 작가는 말한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