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라는 발언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표결이 이뤄질 때라고 한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느 국민의힘 여성 의원이 느닷없이 악담한 것이 포착됐다”며 관련 음성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고 뒤이어 누군가 웃는 소리도 이어졌다는 게 한 최고위원 주장이다. 정치적·윤리적으로 최소한의 금도를 넘어선 혐오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구시대 유물인 지역 갈등을 부추긴 망언의 당사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혐오성 독설이 반복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는 대목에 “제발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걸”이라고 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도 죽기를 원했다는 게 용납될 수 있는 말인가. 12·3 내란의 강을 넘지 못한 당에서 극우 유튜브에서나 나올 망언에 응분의 책임을 묻지 않으니 끔직한 망언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지금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막말 정치의 늪에 빠져 있다. 여야 대표는 서로에게 “똘마니”라고 하고, ‘상임위 중의 상임위’라는 국회 법사위에서는 “초선의원은 가만히 앉아 있어”(나경원)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추미애)는 모욕 주기 발언으로 고성의 난장판이 벌어졌다. 국민 통합과 갈등 해결과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정치 기능은 멈추고, 극단적 언어로 편가르고 혐오와 대립을 키우는 ‘반정치’만 횡행하고 있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그 정치의 중심인 국회에서 혐오의 언어, 지역 폄훼·인신 모욕·젠더 차별하는 망언은 용납되어선 안 된다. 어떻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특정 지역을 겨냥해 ‘불 안나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가. 망언의 장본인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시켜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 표결 결과를 밝히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