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이미지. unsplash
저탄소 산업을 지원하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국내 증시에서도 ‘기후 벤치마크지수’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환경을 파괴하는 상장사를 배제하고 탈탄소에 앞장서는 상장사를 포함하는 지수를 구성해 ‘친환경’ 상장사에 자금이 몰리게 하자는 취지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기획팀은 ‘한국형 기후 벤치마크지수 도입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 녹색금융은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진 채권(녹색채권)과 대출(녹색여신)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재한 주식시장에선 그렇지 못했다.
반면 유럽연합(EU)에선 탄소감축을 목표로 지난 2019년 기후 관련 성과를 평가하는 ‘기후 벤치마크’ 제도를 도입해 증시에서도 녹색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벤치마크가 PAB(파리협정 부합 벤치마크)와 CTB(기후전환 벤치마크)다.
이들 벤치마크는 탈탄소화 등 최소 요건을 규정해 이를 충족하는 지수에만 PAB·CTB의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한다. 세부 요건은 다르지만 모(母)지수 대비 탄소를 30~50% 감축해야하고 환경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기업은 투자에서 배제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지수사업자들은 PAB·CTB를 반영해 기후지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기후지수 추종 펀드 규모만 지난 6월말 기준 1559억달러(약 220조원)에 이른다. 기관투자자는 지수 추종 펀드를 통해 손쉽게 책임투자에 나설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자금 유입으로 수혜를 볼 수 있어 탄소감축에 나설 유인이 강화되는 ‘윈윈’인 셈이다.
한은은 PAB·CTB를 반영한 국내 기후벤치마크(K-PAB·CTB)를 시험 계산한 결과 모지수인 코스피의 수익률을 상회하면서도 기후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10년간 누적수익률은 코스피보다 K-PAB가 5.6%포인트, K-CTB가 4.6%포인트 높았다. 탄소감축의 효과는 더 좋았다. 지난해 기준 탄소집약도(톤/십억원)는 코스피가 217, K-PAB와 K-CTB가 각각 92.4, 129.4로 코스피와 비교해 40~57%도 낮았다. 탄소집약도가 낮을 수록 탄소를 덜 배출해 친환경적이라는 뜻이다.
다만 한은은 국내 기후 데이터가 미흡하고 저탄소 투자수요가 부족해 K-PAB·CTB 지수 도입엔 제약이 있다고 봤다. 박상훈 한은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K-PAB・CTB 지수 도입은 글로벌 투자 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여, 주식시장 전반의 기업가치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효성 높은 기후정책과 기관투자자의 저탄소 투자 등이 뒷받침돼야 K-PAB・CTB 지수의 완결성이 높아지고 원활한 시장 조성도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