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배터리라고 화재 위험성 커지지 않아
업계 “작업자 화상에 주목···완충 시 교체 안해”
소방대원들이 지난 27일 화재가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에 탄 배터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배터리는 억울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전산실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 노후·불량이 원인이라는 의심과 함께 작업자가 실수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28일 행정안전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한 국정자원 전산실 UPS에는 최근 화재가 빈발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됐다.
이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2013년 생산해 계열사인 LG CNS에서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BMS) 등 관리 장치를 붙여 UPS 제작업체에 판매됐다. 국정자원에 납품된 시기는 2014년 8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시점에서 보면 제조된 지 최대 13년이 된 제품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배터리 성능 보증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 해당 배터리도 성능 보증 기간이 10년이다. 하지만 성능 보증기간이 끝났다고 배터리가 화재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오래 사용할 경우 충전이나 방전 성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화재 위험성 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15년 정도까지도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국정자원 배터리도 납품 이후부터 따져도 11년 이상 문제없이 작동됐다. 국정자원 배터리는 지난 6월 실시한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UPS 장치의 일반적인 특성도 화재 원인이 배터리 노후화와는 다른 쪽에 무게를 싣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전으로부터 서버를 지키는 UPS 장치의 배터리는 노면으로부터 오랫동안 크고 작은 충격을 받고, 수시로 충·방전을 해야 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다르다”면서 “외부 충격이 거의 없고 잦은 충·방전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를 이전하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작업자 13명이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 서버와 함께 있던 UPS용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작업자들은 배터리 단자에서 케이블을 분리했고, 이 과정에서 스파크(불꽃)가 튀고 배터리 열 폭주가 발생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은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스파크가 튀었다는 것은 배터리 단락(쇼트)이 발생했음을 뜻한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는 등의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전류가 흐르고 폭발과 화재 같은 사고가 생길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원을 분리해도 배터리 내부에 에너지가 있다면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고, 작업 과정에서 배터리에서 분리된 케이블이 다른 배터리셀의 단자에 접촉돼 쇼트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작업자가 1도 화상까지 입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정도 화상을 입었다면 배터리가 거의 완충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터리 교체나 케이블 분리 등의 작업을 하려면 안전을 위해 사전에 전체 배터리 충전량을 20% 이하로 방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면 화재가 발생해도 총열량이 줄어 작은 화재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