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협상 교착 여파···원달러 환율 급등세
증시도 뒷걸음질···국고채 금리 반년 새 최고치
내달 APEC 협상 고비될 듯···긴 연휴 변동성도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 주식·통화·국채 가치가 동반 추락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여파로 풀이된다. 증시와 환율, 채권이 동시에 영향을 주며 국내 금융시장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연휴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살얼음판’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최악의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1.8원 오른 달러당 1412.4원(주간 종가기준)에 마감했다.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로, 일주일 새 20원가량 오를 정도로 원화가치가 급락했다.
잘 나가던 증시도 상승세가 멈췄다. ‘반도체 사이클’과 상법 개정 영향을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는 같은 날 85.06포인트(2.45%) 급락한 3386.05에 마감하며 10거래일 만에 34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유권증권시장에서 52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국채 시장도 휘청했다. 통화정책 전망을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연 2.562%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4월 2일(2.584%) 이후 약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해 5월 2일부터 줄곧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일주일간 0.121%포인트 급등(가격 하락)하면서 지난 25일부터는 기준금리를 웃돌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약세 배경에는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의 투자 요구액이 ‘3500억달러’에서 일본과 같이 ‘5500억달러’로 커질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예상보다 선방한 미국 경제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물러가고, 인공지능(AI) 산업 과열론까지 불거지면서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집값 상승에 더해 환율 변동성까지 크게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개월간 주로 1350~1400원 범위 내에 머물던 환율이 1410원대로 높아졌는데, 이 부분이 통화정책 기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증시와 채권시장에 동시에 충격을 주며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급등과 변동성 확대는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로 국내 주식과 채권을 꺼리게 만든다. 이로 인해 증시 수급이 악화하고, 다시 원화 약세를 부추겨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
시장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돌파구로 보고 있다. 특히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협상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조정은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라며 “10월 APEC 회의를 고려하면 협상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코스피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통상 설날과 추석 등 연휴 휴장 직전엔 외국인 수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면서 연휴 전후 변동성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