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과 후속 관세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3500억달러 ‘현금 투자’ 압박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3500억달러는 15% 관세를 위한 “선불”이라고 했다. 미국 요구대로 하면 외환위기마저 우려되는 한국 처지엔 아랑곳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요구다. 이 여파로 26일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고 코스피가 2.45% 급락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방송에 나와 “우리가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대한민국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정부는 한술 더 떠 일본(5500억달러) 수준으로 투자 증액을 요구하고, 의약품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며 압박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골대를 옮겨가며’ 투자를 겁박하는 미국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요구는 한국의 경제여력으로 볼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다. 미국의 압박이 선을 넘었다는 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보수·진보를 떠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달러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외환위기로 치달을 가능성 외에 국내 산업 공동화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고 수익을 얼마나 받을지조차 불확실한 ‘묻지마’ 투자다. 이런 ‘팔 비틀기’식 요구로 경제와 민생이 흔들린다면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정치가 불안해하는 국민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초당적 대처’를 실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만으론 미국의 협박성 요구를 감당하기가 버겁다. 정치권과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로 ‘3500억달러 투자의 무리함’을 지적하고 ‘호혜적 합의’를 촉구할 때 협상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국회 5당 의원 65명이 25일 ‘미국의 일방적 대미 투자 요구 철회’를 촉구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바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만 빠져 있다.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민의힘 지지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의힘도 동참해 국민의 의지를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의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조직법 합의 파기처럼 제1야당을 ‘유령’시해선 국론을 모으기 어렵다. 이 대통령도 필요하다면 여야 대표들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