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추석 연휴가 이번 주말 드디어 시작된다.
추석의 다른 말은 꽤 많다. 잘 알려진 것은 한가위이다.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쳐진 말로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가위’ ‘가윗날’ ‘한가윗날’도 있다. ‘가위’는 신라시대 한 달 동안 열렸던 길쌈인 ‘가배’에서 유래했다. 음력 8월15일, 길쌈의 승패를 가르고 진 쪽이 술과 음식을 차려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온 ‘가배절’ ‘가배일’, 또 ‘팔월대보름’도 추석을 뜻한다.
이렇게 큰 명절이 올해에는 주말을 포함해 빨간날 7개를 주렁주렁 달고 온다. 학수고대, 말 그대로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릴 만하다. 그래서인지 긴 연휴를 맞이하는 풍경이 ‘역대급 추석 연휴’란 말과 함께 연일 전해진다.
이때 등장한 역대급은 ‘애매한’ 단어이다. 거의 매일 접하고 있지만 어법으론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급은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이라는 뜻의 ‘역대’와 ‘그에 준하는’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급’이 합쳐진 말이다. 문법적으로 뜯어보면 ‘대대로 내려온 것에 준하는, 그동안에 준하는’이란 의미가 되는데, ‘어떤 수준’에 준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아 완전하지 않다. 그럼에도 역대 최고, 역대 최다, 역대 최악 등 모든 것을 ‘역대급’이 먹어치운다.
너무 많이 쓰이다 보니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는 등급’이란 뜻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역대급 불수능’도, ‘역대급 물수능’도 쓰는 것처럼 반대되는 성질을 다 표현할 수 있기에 이 뜻만으론 조금 애매하다. 그만큼 단어 하나가 가진 간결성과 활용성은 만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점에서 역대급은 표준어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단어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역대 최장이라 할 만한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모처럼 고향을 찾거나 친지와 만나는 분들, 여행을 계획한 분들, ‘집콕이 최고!’라 외치는 분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조금 이르지만 한가위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