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음악 듣기에 안 좋은 계절은 없지만,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을 대표하는 곡은 무진장이다. 그중에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가 빠질 수 없다.
원래는 프랑스 음악이다. 이브 몽탕의 1949년 버전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후 미국 작사가 조니 머서가 영어 가사를 붙여 발표했다.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프랑스 오리지널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지만, 조니 머서는 이를 아예 빼버렸다. 그래야 히트할 수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영어로 불리면서 이 곡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수많은 커버가 있지만 나에게 최고는 캐넌볼 애덜리의 ‘오텀 리브스’다. 캐넌볼 애덜리는 본명이 아니다. 진짜 이름은 줄리언 에드윈 애덜리. 당대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 중 하나였던 그는 <마일스톤스(Milestones)>(1958),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1959) 등 마일스 데이비스의 걸작에 참여한 경력으로 유명하다. 직접 발표한 명반도 있다. 1958년작 <섬싱 엘스(Somethin’ Else)>(사진)다. 이 앨범에 ‘오텀 리브스’가 수록돼 있다.
캐넌볼 애덜리는 미담 제조기이기도 했다. 그는 빛을 못 보는 가난한 연주자를 돕길 원했다. 그러나 스타인 만큼 소속사와의 계약이 문제였다. 캐넌볼 애덜리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다. 그는 영리했다. “기왕 쓰는 가명, 하나 더 만들면?” 그래서 만든 가명이 ‘벅샷 라 펑크(Buckshot La Funke)’였다.
그는 이 이름으로 형편이 어려운 연주자의 음반에 참여해 색소폰을 불었다. 캐넌볼 애덜리의 이런 마음이 알려진 뒤 이를 기리기 위해 1993년 결성된 재즈 밴드가 ‘벅샷 르퐁크(Buckshot LeFonque)’다. 그들의 곡 ‘어나더 데이(Another Day)’ 역시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팝 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