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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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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AI 광풍 속 한국의 현실

입력 2025.09.28 21:45

수정 2025.09.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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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오는 출장자들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해 목적지로 향한다. 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또는 새너제이 방향 101번 고속도로를 가다 보면 광고판의 80%가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인공지능(AI) 회사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엔 ‘세레브럴 밸리’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를 보면 매달 200개의 AI 이벤트가 대면으로 열리고 평균 8개의 해커톤이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해커톤에는 400명의 개발자들이 몰린다. TAAFT라는 웹사이트도 있다. 이 사이트는 모든 AI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를 추적하고 있는데 현재 4만개가 등록돼 있다.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몰빵’이다. 2025년 상반기 AI 투자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고, 1분기에만 약 700억달러가 AI 기업에 유입됐다. AI가 글로벌 벤처캐피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에 달한다. 전 세계 벤처 자본의 절반 이상이 AI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뜨거운 열기를 보면 AI 광풍이 실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레미아 오양 블리츠스케일링벤처스 파트너는 지난 9월28일 마운틴뷰에서 열린 K글로벌 비즈니스위크 콘퍼런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닷컴시대와 웹2.0, 모바일 혁명기에도 실리콘밸리에서 회사 대표, 투자자 등이 활동을 했지만 지금처럼 미친 시기는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다. 지금은 내 인생 처음으로 겪는 놀라운 시기”라고 말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오양처럼 얘기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날 오양의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냉정한 현실이 지적됐다. 정부 주도 혁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지원’에 의존하는 사고와 행동으로는 결코 원하는 바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원 중심’ 스타트업 정책과 ‘돌다리도 두들겨보다가, 건너지 않는’ 정부식 사고로는 구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각종 ‘당근’ 정책, 그리고 그에 따른 실행은 미국 실리콘밸리 AI 혁신의 속도와 깊이에 맞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AI 관련 채용 공고 비중은 59%에 달해 다른 모든 미국 도시를 합친 것보다 많은데 AI 스타트업들이 20명 안팎의 소규모 팀으로 수천만달러 매출을 달성했다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AI는 기술에 대한 해자(Moat)도 없고 진입 장벽이 낮다.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그 기술이 ‘장벽’이 되는 기간이 과거에 최장 10년, 최소 1~2년이었다면 지금은 ‘한 달’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배정융 K이노베이션센터 실리콘밸리센터장이 “미국에서의 실패 사례가 90% 이상”이라며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셋 부재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AI 3강 목표를 정한 것은 추구할 목적지를 정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각론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방법론이 나오고 있지만 방향성은 옳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인드셋 변화와 글로벌 표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실행력을 뺀 채로 기존처럼 일방적 ‘정부 지원 방식’에만 의존한다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도달하긴 어렵다.

정책적으로 보면 보조금·전시회·현장 탐방 중심의 간헐적 지원에서 벗어나 초기 단계부터 현지화된 법률·회계·인재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미국식 투자·지배구조 표준을 국내에 도입, 불필요한 ‘플립’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고 빠르게 제품을 바꿀 수 있도록 민첩한 규제·비자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혁신 방법에서도 ‘근본적인’ 방향 개선이 없는 한 AI 3강을 달성하는 데 대증요법식 처방전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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