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서울공연예술고에 인권 침해 대책 등 권고
동의·대체 프로그램 없이 채플···열악한 시설도 지적
학생 “입학 후회···후배들에겐 이런 일 없었으면”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이 촬영에 동원됐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노란색 교복을 착용한 학생들이 공연에 호응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유튜브 갈무리
서울공연예술고가 전임 교장이 관계자로 있는 행사에 학생들을 사적으로 동원시키는 등 학생 인권을 침해한 행위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시정과 대책 마련을 권고 받았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종교 행사 참여를 강제하는 교육 내용과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개선하라고도 권고했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공연·예술 계열 특수목적고등학교의 학습권·종교의 자유 및 교육환경에서의 권리 등 침해에 따른 시정 및 종합 대책 마련 권고’를 서울공연예술고에 내려보냈다.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은 “학교가 시설 대관과 촬영 협조 등 학교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수익 활동에 학생을 동원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매주 수업 시간에 예배와 채플을 운영하며 종교 활동 참여를 강제하고 종교적 내용의 공연 관람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시켰다고 증언했다.
조사 결과 서울공연예술고는 각종 방송 촬영과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는 2024년 3월 BBC에서 방영될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학교 공간을 대관해줬고, 수업 시간에 1·2학년 학생 전원을 촬영에 동원했다. 학생들은 공연팀을 둘러싸고 호응해야 했고, 공간을 벗어날 수도 없었지만 동의 절차나 보강 수업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의 외부 공연 등 행사 참여는 2023년 36회, 2024년 43회, 2025년 1~5월 7회에 달했다.
서울공연에술고 학생들이 동원됐던 부활절 퍼레이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난타 공연을 하고 있다. CTS 유튜브 갈무리
시교육청은 학교가 전임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의 사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학생들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도 파악했다. 학교는 2023년과 2024년 한국교회총연합이 주최하는 ‘부활절 퍼레이드’ 공연에 학생들을 참가시켰다. 학교 현 행정실장의 배우자이자 전임 교장인 A씨는 이 행사의 기획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학생들은 2023년 12월에도 A씨가 대표로 등재된 단체의 소속으로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전임 교장의 사적 단체 소속으로 공연에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을 사적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서울공연예술고는 매주 화요일 5~7교시 전교생을 대상으로 채플을 운영 중이다. 시교육청은 “학교는 채플 운영과 관련해 학생 및 보호자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선택권 보장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A씨와 배우자가 제작·연출한 기독교 연극을 관람해야 했다. 학교 측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학생들에게 이 연극을 관람하게 하고 학교 예산으로 관람료를 지급해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 A씨가 교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학생 관람을 강제한 것이다.
서울공연예술고는 2019년에도 학생들을 각종 공연에 참여시키면서 동의를 구하지 않아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교육청 권고를 받았다. 당시 교장으로 재직한 A씨 일가가 학교 예산을 유용하고 학생들을 개인 사적 모임이나 부적절한 공연에 동원했던 것이 드러나 교육청이 교장 파면을 학교법인 측에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A씨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임에도 실제 학교 운영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수업 공간 등 학생들을 위한 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예술고의 입학금은 90만원, 분기별 수업료 및 학교운영지원비는 약 195만원이다. 그러나 현장 조사 결과 학생들이 이용하는 실습실은 지하 주차장 한 켠에 위치해 차량 매연과 먼지가 유입되고 있었다. B 학생은 “화장실 수도꼭지 고장은 기본이고 곰팡이가 핀 곳도 많다”며 “금액을 지불하고 입학시험까지 보고 들어오는 학교인데 학교에 온 것을 너무 후회한다. 후배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침해 및 각종 운영 부적정 사항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학교가 특목고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가 상당하다”며 “재정 등 공공 지원에 제한이 있는 특목고 형태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할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