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가 지난 26일 정부의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대한 자동차 산업계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제공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완성차에 이어 중국 부품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는 와중에 지난 5월부터 미국 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당장 대미 수출에 차질이 생겼다.
대내적으로는 전동화 전환 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실세 장관’의 부임과 함께 조직 개편 과정에서 ‘공룡 부처’로의 격상을 앞두고 있는 환경부 주도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중단’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세계 100대 부품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9453억달러(약 1323조원)로 집계됐지만,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반영하듯 매출액과 매출액 비중, 기업 수가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100대 부품기업에 든 중국 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316억달러에서 986억달러로 3배 넘게 늘었다. 비중도 4.2%에서 10.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0대 부품기업 중 중국 기업의 수는 2020년 7개사에서 2024년 14개사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 기업의 합산 매출액과 비중은 각각 553억원(2020년)에서 778억원(2024년)으로, 7.4%(2020년)에서 8.2%(2024년)으로 커지는 데 그쳤다. 100대 부품기업에 든 한국 기업도 9개에서 10개로 고작 1개 많아졌다.
오진우 산업조사실 연구원은 “중국 내 완성차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고, 중국 완성차업체의 해외 생산 확대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부품산업 내 중국 기업의 입지는 향후 수년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특허 경쟁에서도 중국이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SNE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2025 리튬 이차전지 핵심 특허 분석: NCM 양극 소재’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중국은 전체 44%에 달하는 3935건의 삼원계 기반 양극재 관련 특허를 보유해 세계 시장에서 특허 수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중이다. 일본(16%, 1390건)과 미국(12%, 1109건)이 뒤를 잇고, 한국은 11%, 1103건을 기록하며 쫓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가 이르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정책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동요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업체의 반사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동화 전환 속도가 더딘 국내 부품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하다.
전동화가 속도를 내면 낼수록 엔진, 변속기, 배기 시스템 등 내연기관차 부품 제조사는 판로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지난 26일 긴급 좌담회를 열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대로라면 2035년 신차를 모두 무공해차로 팔아야 한다는 건데,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신차 163만5520대 중 무공해차는 15만521대로 9.2%인 상황에서 이를 10년 만에 100%까지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강남훈 회장은 “과도한 보급 목표는 업계의 규제 부담을 가중하고 국내 시장의 수입차, 특히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잠식을 가속할 것”이라며 “산업 생태계의 전동화 전환 속도 등을 고려한 보급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