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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고(史庫)의 교훈

입력 2025.09.29 18:15

수정 2025.09.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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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앞에 설치된 소화 수조에 지난 28일 관리원 전산실 화재 발화 원인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앞에 설치된 소화 수조에 지난 28일 관리원 전산실 화재 발화 원인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는 익숙한 이름의 조연들이 등장한다. 절대 후각을 지닌 수라간 숙수 ‘서길금’, 광대 ‘공길’ 등이다. 서길금의 모티브는 한류 열풍을 선도한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의 서장금이다. 대장금은 수라간 궁녀에서 조선 최고의 의녀가 되는 과정을 그렸지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에는 ‘의녀 장금’만 있다. 공길은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딱 한번 언급되는 광대로, 2005년 천만 영화 <왕의 남자>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실과 허구를 교차시킨 드라마 속 인물에 또 한번 상상력을 곁들여 창작한 캐릭터인 셈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없었다면 ‘일본에서 코끼리가 건너왔다’(태종실록)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 수 있고, ‘정조가 안경을 사용했다’(정조실록)는 것을 몰랐을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1대 태조부터 25대 철종에 이르는 472년간 왕과 궁궐, 국정과 관련된 기록을 담고 있다. 조선 초기 실록은 춘추관(한양)과 충주 사고(史庫)에만 있었지만, 세종 때 성주와 전주를 더해 4곳에 보관됐다.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본(태조실록~명종실록)이 유일하게 남았다. 마니산으로 옮겨진 전주사고본을 바탕으로 4개의 실록을 새롭게 편찬해 춘추관·묘향산·오대산·태백산에 보관했다. 사고에 실록을 보관하면서 그 실태를 정기 점검한 ‘형지안(形止案)’은 지금도 남아 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조선왕조실록은 1993년 한글로 완역돼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가 되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기록문화의 정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난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인한 국가 행정·업무시스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민원 처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조선 사고는 외적의 침략으로 불에 탔지만, 이번 화재는 내부 관리 소홀 때문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2022년 ‘카카오 먹통’, 2023년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를 겪고도 이중적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놓지 않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선조들이 조선왕조실록을 사중으로 분산 보관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 기록이 모두 사라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국가 전산망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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