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금융행정과 감독의 쇄신을 위한 긴급 회동을 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조직 해체·분리를 피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란히 ‘쇄신’을 약속했다. 금감원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를 촉발한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겠다며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한 바구니에 넣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은 29일 오전 긴급 회동을 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성의 각오로 금융행정과 감독 전반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당정은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남은 금융감독 기능을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맡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감위 설치법’ 등의 입법이 국민의힘 반대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자 당정은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금융 분야는 철회했다. 가까스로 조직을 유지한 금융당국은 그간 소홀했다고 비판을 받던 소비자 보호 강화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이 위원장은 회동 직후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개편 논의 과정에서 나왔던 금융 행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이 원장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감원은 현재 사전 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태스크포스(TF)를 ‘금융소비자 보호 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개선 과제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오는 12월에는 금소처를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불법 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등에 대응하는 ‘민생침해범죄 대응 총괄단’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한다. 이 원장은 “관행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과감히 폐기해 ‘금감원이 정말 바뀌고 있구나’라는 것을 국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자체적인 쇄신 노력만으로는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영섭 금융과 미래 대표는 “정부가 금융감독 등의 문제를 조직개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겠다는 것인데 대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금감원 등이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건지 구체적 내용은 아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 정책 폐기가 아니라 금융정책과 감독이 한데 묶인 금융감독의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외면한 퇴보”라며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둔 독립적 금융감독 체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찬진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직원들이 29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임직원 결의대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