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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연을 맺은 1300년

입력 2025.09.29 22:12

수정 2025.09.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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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용궁사 할배느티나무(위쪽)와 할매느티나무.

인천 영종도 용궁사 할배느티나무(위쪽)와 할매느티나무.

옛사람들은 나무와 사람의 생명을 다르게 여기지 않았다. 사람에게 어미가 있으면 아비가 있어야 하듯, 나무에도 할배나무가 있으면 할매나무가 있어야 했다. 인천 영종도의 용궁사에 서 있는 느티나무 두 그루도 그처럼 사람의 뜻에 따라 ‘할배·할매’의 인연으로 1300년을 해로했다.

신라 문무왕 10년(670)에 원효대사가 ‘백운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하는 이 절집은 조선 철종 5년(1854)에 흥선대원군이 중건하며 ‘용궁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원군이 손수 남긴 것으로 전하는 편액이 걸린 요사채 곁에 선 느티나무가 할배나무이고, 큰법당 마당에 서 있는 나무가 할매나무다.

두 그루 모두 속이 텅 비어 나이테는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절집 창건 때에 심은 나무라고 짐작해 나무 나이를 1300년으로 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인천 영종도 용궁사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라 할 수 있다.

할배나무는 곧게 솟은 줄기가 우직한 기상을 보이고, 할매나무는 너른 가지로 응답하듯 푸근한 품으로 맞섰다. 한때는 서로를 향해 더 많은 가지를 뻗었다고 전하지만, 지금은 앙상하게 외줄기만 남았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아낙네들이 이 나무에 정성을 올리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해오는 이야기는 노거수 한 쌍에 담긴 정겨운 모습에서 피어난 간절한 믿음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옛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서로 마주 바라보아야 완전해진다고 믿었다. <주역>에서 말하는 ‘대대(待對)’의 사상이 그것이다.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지혜다.

할배나무와 할매나무는 그 마주 봄의 상징으로 긴 세월을 살아왔다. 사람들은 한 쌍의 느티나무를 공경하며 보듬어왔고, 나무는 사람 곁에서 부부의 도리를 보여주었다.

오래된 절집 용궁사의 느티나무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천년의 세월을 품고, 사람의 삶을 위로하며 살아남았다. 나무와 더불어 살며,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사람처럼 존중한 사람들이 나무에 새긴 자연주의 정신의 아름다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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