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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학년 ‘합반’ 549곳 ‘교감’ 없는 843곳…전교생 32명 죽화초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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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 교장실 책상엔 <사회과부도> 교과서가 놓여 있다.

2·3학년이 복식학급인 죽화초는 5학급뿐이라 '교감 없는 학교'의 조건을 갖췄다.

죽화초처럼 복식학급이 있는 초등학교는 지난해 전국에 549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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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같은 학교, 다른 기회②

2개 학년 ‘합반’ 549곳 ‘교감’ 없는 843곳…전교생 32명 죽화초 분투기

입력 2025.09.30 06:00

수정 2025.11.0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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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32명의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는 2학년과 3학년이 ‘복식학급’으로 운영된다. 지난 17일 방문한 죽화초의 2학년-3학년 교실. 김원진 기자

전교생 32명의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는 2학년과 3학년이 ‘복식학급’으로 운영된다. 지난 17일 방문한 죽화초의 2학년-3학년 교실. 김원진 기자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 교장실 책상엔 <사회과부도> 교과서가 놓여 있다. 박상철 죽화초 교장이 3학년 사회 수업에서 쓰는 교과서다. 박 교장은 매주 금요일 1~3교시 3학년 사회 수업에 직접 들어간다. 사회과부도는 죽화초 인근 일죽버스터미널에서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전, 원주의 위치와 도시의 특징을 알아보는 데 쓰였다.

3학년 담임 권태은 교사는 박 교장이 수업에 들어간 시간 2학년 수학과 국어 수업을 진행한다. 교장이 3학년 담임의 수업을 분담하는 건, 죽화초에 2학년-3학년이 한 반인 복식학급이 있기 때문이다. 복식학급이란 2개 학년 이상의 학생을 한 학급으로 ‘합반’한 형태의 학급을 말한다. 권 교사가 2·3학년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도록 박 교장이 수업을 분담하는 것이다.

박 교장의 업무는 교장 업무, 복식 학급 수업 업무 외에 교감 업무도 포함된다. 일일 공문확인, 인사기록관리, 근태관리 등 교감이 맡아야 할 업무까지 박 교장의 몫이다. 교무부장인 조재광 죽화초 교사는 “교감 없는 학교에선 99.9% 교무부장이 교감 대행을 하지만 교사들의 업무 경감 차원에서 교장 선생님이 교감 업무까지 대신하고 있는 중”고 했다.

복식학급이 있는 대부분의 작은 학교엔 교감 선생님도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두 개 학년이 8명 이하일 때 복식학급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전교생 32명의 죽화초 2학년과 3학년엔 각각 3명, 5명의 학생이 있다. 초중등교육법상 5학급 이하(또는 학생 수 100명 이하)의 학교는 교감을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 2·3학년이 복식학급인 죽화초는 5학급뿐이라 ‘교감 없는 학교’의 조건을 갖췄다.

죽화초처럼 복식학급이 있는 초등학교(분교 포함)는 지난해 전국에 549곳이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올해 교감 없는 학교는 초·중·고교 합쳐 843곳으로, 2023년(772곳)과 지난해(818곳)에 이어 증가 추세에 있다.

복식학급과 교감 없는 학교는 지역 소도시의 교육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학생이 적다는 이유로 1학년과 5학년이 함께 한 반이 되기도 하며, 교감이 없어 10년차 교사가 교감업무를 대행하며 수업에 들어가고 교감들이 모이는 협의체에도 참석한다. 죽화초처럼 교장-교사들이 뜻을 모아 분투하며 교육에 나서지만 종종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복식학급을 만들고 교감을 배치하지 않는 게 최선인지”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는 2학년과 3학년을 복식학급으로 운영한다. 2학년-3학년이 한 반으로 쓰는 교실. 김원진 기자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는 2학년과 3학년을 복식학급으로 운영한다. 2학년-3학년이 한 반으로 쓰는 교실. 김원진 기자

“서울에 복식학급 늘린다면? 불가능했을 것”

조 교사는 교사생활 21년 중 가장 고민이 많았던 해로 2021년을 꼽는다. 그는 죽화초 발령 첫 해인 2021년 1·2학년 복식학급의 담임을 맡았다. 코로나19로 복식학급에서 일부 줌 수업까지 해야 했다. 교무부장까지 맡았는데 교감이 없어 교감대행 업무도 해야 했다. 조 교사는 “복식학급 운영에 관한 연수나 교본이 없어 더 막막했다”며 “10~15년 전 전남교육청에서 만든 자료를 찾아내 수업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의 고민은 당시 운영했던 ‘2021 죽화초 어울림반’ 네이버 밴드에도 묻어난다. 복식학급에서 ‘아이가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지’ 의구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 조 교사는 밴드에 매일 같이 사진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하루 일과를 공유했다. 그는 ‘오늘 3, 4교시에는 독서 골든벨을 진행했어요’(2021년 11월23일)처럼 일과를 소개하거나 ‘어울림반은 복식학급이라 원격학습을 1·2학년이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이 있습니다’(2021년 7월9일)와 같은 학사운영 공지를 올렸다.

올해 죽화초의 2·3학년 복식학급 시간표는 한 교실에서 다른 학년이 함께 수업 듣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짰다. 2·3학년의 정규수업 일주일 26차시 중 함께 수업을 듣는 시간은 6시간 정도다. 예를 들어 1교시에 2학년이 국어 전담교사의 수업을 들으러 가면, 3학년은 수학 수업을 하는 식이다. 함께 듣는 수업은 숲체험이나 예체능 위주로 편성했다. 박 교장은 “보통 복식학급에선 20시간 정도 함께 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다”며 “수업시간 40분을 20분씩 쪼개, 한 학년에 20분을 수업을 하면 다른 학년은 그 시간에 문제를 풀게 하는 식”이라고 했다.

자녀를 복식학급에 보내는 지역 소도시의 학부모들은 ‘지역소외’를 느끼기도 한다. 지역 소도시여서, 도시보다 학습권에 덜 민감한 부모들이 많은 지역이어서 교육청이 복식학급 편성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년간 자녀가 복식학급에서 지냈다는 전남의 한 학부모는 “만약 서울에서 복식학급을 편성하려 했다면 학부모 여론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복식학급은 인구소멸지역인 경북(105곳), 강원(71곳)에 집중됐다. 안병훈 선문대 교양학부 교수는 “복식학급이 있는 지역 소도시엔 상대적으로 자녀 교육에 덜 관여하는 부모들이 많은 편”이라며 “형평성 관점에서 국가가 지역 소도시의 학생과 부모를 외면하는 측면을 봐야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사회성 증진 등이 복식학급의 장점으로 꼽히지만,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충남·강원교육청 등이 경기도교육청(2개 학년 합 8명 이하)와 달리 복식학급 편성 기준을 ‘학년별 학생 수 3명 이하’로 둔 이유도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간혹 1-5학년이 함께 복식학급으로 묶이기도 하는데 1학년과 5학년은 발달단계가 크게 다르다”며 “복식학급은 국가가 책임지고 막아, 소도시의 학생들에게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 뒷동산에는 텐트와 해먹, 학생들이 직접 만든 그네 등이 설치돼 있다. 김원진 기자

경기 안성시 죽화초등학교 뒷동산에는 텐트와 해먹, 학생들이 직접 만든 그네 등이 설치돼 있다. 김원진 기자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교감 없는 학교는 복식학급처럼 인구소멸지역인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 올해 교감 없는 학교는 전남(159곳), 경북(154곳), 전북(119곳) 순으로 많았다. 경북은 초등학교(88곳)에, 전남은 중학교(108곳)에 교감 없는 학교가 몰렸다. 전북은 초등 10곳 중 1곳(11.5%), 중등 41%가 교감 없는 학교였다.

교감 대행을 하는 교사들의 업무는 양도 양이지만 ‘가짓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올해 교무부장으로 교감대행을 맡은 전남 소도시의 한 초등교사 A씨는 “맨땅에 부딪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동료 인사평가, 관리자 연수, 지역 영어교육방향 협의까지 낯선 업무에 담임은 아니지만 많게는 하루 4시간 수업까지 맡았다.

지역 소도시의 작은 학교여서 더해지는 일도 있다. A씨의 학교는 3km 떨어진 B학교와 공동급식을 한다. 학교에서 조리를 한 뒤 B학교에 급식을 운반해주는데 업무총괄이 A씨다. B학교와 합동수업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업무도 A씨 담당이다. A씨는 “학교 규모가 작다보니 인근 학교와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의 친구를 만들어주려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교감대행인 제가 총괄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교무부장과 교감대행을 맡은 전북 군산시 해성초의 정훈 교사가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 교사는 학교 행사 주관, 교원 다면평가, 학칙개정, 학부모회 총괄, 업무계획 수립, 수십개 학내 위원회의 위원장 등 교감 업무를 도맡았다. 그는 2학년과 5학년 복식학급의 담임이다. 해성초는 특수학급 포함 4개 학급에 전교생은 20명으로 전 학급이 복식학급이다.

해성초에선 강사,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 교원으로 복식학급의 수업 결손을 메우려 한다. 3명의 강사가 5학년 수업을 맡고, 정 교사는 2학년 수업과 2-5학년의 학생지도 등 담임업무에 주력하지만 종종 교감업무에 치일 때가 있다. 정 교사는 “간혹 수업 이외 업무가 빠듯해지면 수업 준비에 소홀해지는 것 같아 학생에게 미안하고 학부모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느끼는 미안함은 종종 교사들을 움직이게 한다. 죽화초 교사들은 수십년간 공터였던 학교 운동장 크기만한 뒷동산을 가꿨다. 지난 17일 찾은 죽화초 뒷동산에는 학생들이 만든 인디언티피가 놓여 있었다. 숲놀이 학교를 표방하는 죽화초는 이곳에서 숲밧줄 놀이 수업, 목공수업을 한다. 뒷동산에서 자라는 미니피그 ‘오목이’와 ‘바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박 교장은 “복식학급의 2개 학년 공동수업은 숲을 활용해 진행하곤 한다”며 “교육 자원이 부족하지만 도시학교에는 없고 작은 학교의 부족함은 채워주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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