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경찰서 전경. 군산경찰서 제공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1년 동안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숨긴 40대 남성이 30일 구속됐다.
김은지 전주지법 군산지원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A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한 시간여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출석 전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 원룸에서 사실혼 관계였던 B씨(40대)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은닉했다. A씨는 범행 후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김치냉장고를 새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A씨의 또 다른 동거녀 C씨의 친언니 신고를 받고 경찰은 약 20분 만에 원룸에서 A씨를 긴급 체포하고 시신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3년여 동안 원룸에서 동거했고, C씨와는 군산 수송동에서 10년간 함께 살았다. 두 여성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두 집 살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후 B씨의 휴대전화와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해 가족과 연락하며 월세를 꼬박꼬박 내는 등 은폐 행각을 벌였다. 통화가 되지 않자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A씨는 C씨에게 B씨인 척 전화를 받도록 지시했다. C씨가 추궁하자 범행을 털어놓았으며, C씨의 친언니가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에게 5000만원을 빌려 투자했는데 4000만원을 까먹었다”며 “이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에도 B씨 명의 신용카드 사용과 5000만원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금융계좌와 주식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B씨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