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채상병 특검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대사 임명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심 전 총장은 법무부 차관을 지낼 당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30일 오전 10시부터 심 전 차관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다. 심 전 총장은 특검 조사를 위해 이날 오전 9시55분쯤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으로 출석했다. 그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보고를 했나’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 있었나’ ‘출국금지 해제 심의에 앞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자고 말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당시 법무부와 외교부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되어 출국금지 조치까지 됐던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 당시 법무부 차관이던 심 전 총장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과 심 전 총장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고서 출국금지 해제 심의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진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특검은 최근 전임 장관들을 조사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귀국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 전 장관은 최근 특검에서 진행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중순 무렵에 대사 임명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울러 특검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조사해 지난해 3월 열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하는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 회의 개최 당시에도 이 전 장관의 귀국을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심 전 총장을 상대로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대통령실로부터 이 전 장관 출국과 관련한 별도의 지침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심 전 총장을 상대로 법무부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과정 및 이와 관련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지시사항, 기타 법무부 차관이 하급자에 내린 지시사항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