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구미공장 ‘불’···두 달 뒤 법인 청산·퇴직·해고 ‘속도’
당시 소방당국 “보험금으로 피해 복구에 어려움 없어 보임” 기재
사측 ‘경영 어려움’ 내세웠지만 2022년 당시 신규채용 124명 최다
“외투기업, 세제 감면 등 이득만 챙기고 고용 외면하는 비윤리적 행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구미공장 옥상에 오른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지난 8월29일 600일 만에 땅을 밟았다. 이준헌 기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2022년 구미공장 화재에 대한 화재보험금 총 647억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충분한 보험금을 받으면서도 정리해고와 폐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한국옵티칼과 삼성화재는 추가 화재보험금으로 기업휴지위험담보금 122억원 지급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험금 청구서류 제출 절차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옵티칼은 이미 수령한 재물담보금 405억원, 적하보험금 120억원에 더해 총 647억원의 화재보험금을 타게 된다.
일본 닛토덴코가 지분 100%를 가진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그해 12월 법인을 청산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17명은 이듬해 2월 정리해고됐다. 닛토덴코는 이후 구미공장의 생산물량을 평택공장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했다. 노동자들은 니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옥상에 올라 세계 최장기 600일간 고공농성을 벌였음에도 사측은 여전히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한국옵티칼이 보험금으로 충분히 공장 복구를 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옵티칼 화재현장조사서’에서 소방청은 ‘예상되는 사항 및 조사사항’으로 “화재보험이 가입돼 있어 피해 복구에 어려움은 없어 보임”이라고 했다. 통상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구에 어려움이 없다고 기재하진 않는다. 소방청에 문의 결과 “당시 화재조사관이 피해보상금으로 충분한 피해 복구가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기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옵티칼은 공장을 복구하지 않고 폐업을 결정했다. 당시 사업종료 사유로 ‘피해복구에 3년 정도의 장시간 소요’를 내세웠지만, 수백억원대 보험금을 받으면서도 화재 발생 직후 3년 가까이 피해 복구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한국옵티칼은 사업종료의 다른 이유로 ‘경영유지 어려움’을 들었지만, 폐업 전 대규모 신규채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한국옵티칼 연도별 고용보험 신규 취득자수 현황’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2022년도에 총 124명이 신규 채용됐다. 전년 대비 110명 증가한 수치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했다. 쌍둥이 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은 화재 이후 꾸준히 신규 채용 중이고, 영업이익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고용승계 여력이 있는데도 회사가 별개의 법인을 내세워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외투기업이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고도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2003년 11월 구미 외국인투자단지에 입주한 한국옵티칼은 토지 무상임대와 법인세·취득세 등 각종 세제 감면의 혜택을 받으며, 국내에서의 수십조의 이익을 보장받아왔다. 약 20년간 한국옵티칼이 감면받은 비용은 임대료 62억7000만원, 취득세 6억3500만원, 재산세 1억5900만원에 달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김주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김 의원은 “피해복구에 장시간 소요된다는 이유로 먼저 폐업을 신청하더니, 한국옵티칼은 정작 피해복구가 가능한 수준의 화재보험금을 지급받고도 지난 3년간 피해복구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이윤만 챙기고 고용은 회피하는 전형적인 외투기업의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